[ET정책포럼]<108>전략적공공조달로 국민체감 경제 활성화

[ET정책포럼]<108>전략적공공조달로 국민체감 경제 활성화

공공조달 목표나 원칙은 시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면서 발전해 왔다. 산업 발달초기에는 원가 절감과 예산 효율 집행에 우선순위가 있었지만 오늘날은 품질 향상과 기술 개발, 환경보호, 일자리 창출, 사회 약자 지원 등 사회 가치를 포함할 필요성이 증대돼 공공조달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또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경제에 대해 다니 로드리크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정부 역할 확대, 초세계화 퇴보, 경제 성장률 둔화라는 세 가지 추세가 몇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예측을 관통하는 핵심은 재정을 기반으로 공공부문 역할 확대를 통해 위축된 경제와 산업 활성화의 중요성 및 역할 확대라는 점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향후 2~3년 이상 지속 심화되면서 경제 부문에서의 정부 역할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2019년 우리나라 공공조달 규모는 약 16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약 8.3%(2017년 7.5%), 정부예산 가운데 약 34%(2017년 34.2%) 수준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OECD 국가의 경우 2017년 기준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공공조달 비중은 평균 11.8%(GDP), 29.1%(정부예산)다. 이는 프랑스, 노르웨이, 뉴질랜드, 독일, 핀란드, 네덜란드 등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 각국에서 2008년 이후 찾아온 글로벌 금융 및 재정 위기 극복 수단으로 정부 재정을 공공조달을 통해 다양한 정책 성과를 견인 및 선도하는 데 활용한 결과다. 이와 함께 선진 각국은 확대되는 공공조달 재정의 효율 집행과 관리 효과를 위한 전자조달시스템 구축 및 고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공공조달 규모 확대와 함께 정책 역할 강화를 OECD에서는 전략적공공조달(SPP)로 정의한 가운데 중소기업 성장 촉진 조달, 혁신 조달, 녹색 조달, 기업책임경영 촉진, 여성기업 지원 등 국가 주요 정책 지원 및 선도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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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례와 현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첫째 현재 전 세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정부 재정 및 공공조달 활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공공재정 투입 확대와 경제 효용에 대한 논란에도 불가피한 상황이며, 효과 높은 정책 수단이 공공조달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OECD 국가, 특히 서유럽 선진국의 경우 공공조달을 전략 조달로 규정하고 조달 그 자체보다 국가의 경제·산업·사회정책을 선도 및 지원하는 정책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정에서 공공조달 재원의 집행과 관리 효과를 위해 전자조달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간 약 160조원이라는 대규모 공공조달의 성공 추진을 위해서는 SPP 정책과 제도 실행 및 그 기반을 강화해야 나가야 하며, 다음과 같은 변화를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공공조달을 통한 재정 집행의 효과 제고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공공조달 재정 규모 확보가 필요하다.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인 GDP 대비 12%를 기준으로 우리도 약 4% 안팎에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둘째 공공조달 역할이 국가 정책 전반의 실행과 효과를 촉진·선도하는 전략 역할로의 변화에 발맞춰 정책 조정과 조율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셋째 공공조달 재정 효과의 전달 기반인 전자조달시스템 역시 전통 조달 프로세스 구현에서 전략 조달의 세부 정책과 제도를 평가 및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공공조달 정책의 가치와 역할 변화에 따라 경제 효율성에서 정책 가치와 효과성을 추구하는 성과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SPP 정책과 제도 실행 기반을 강화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와 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 지속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순구 한국조달연구원장 sgji@ki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