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이게 전기차라고?"...현존 최강 '아우디 e-트론'

“지금까지 나온 어떤 전기차와 비교해도 자신 있습니다.”

e-트론을 타기 전까진 아우디 관계자의 말에 시큰둥했다. 그들의 제품이 경쟁 제품보다 좋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은 이트론 시승과 함께 금세 깨졌다.

아우디 e-트론 충전 모습. / 정치연 기자
<아우디 e-트론 충전 모습. / 정치연 기자>

“이게 정말 전기차 주행 감성이라고?…너무 부드럽고 빠른데.”

운전대를 잡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지금껏 타본 여러 전기차 중에 주행 감성과 완성도 면에서 최고였다.

아우디 e-트론 주행 모습.
<아우디 e-트론 주행 모습.>

아우디가 이달 초 국내에 선보인 'e-트론 55 콰트로'를 강원 홍천 일대에서 타봤다. 아우디 브랜드로 세상에 나온 첫 양산형 전기차다.

시승 전 외관을 살폈다. 아우디를 상징하는 8각형 싱글 프레임 그릴 등 전체 모습은 기존 아우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큰 차이가 없었다. 대신 운전석 쪽에 마련한 충전구나 기존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하는 버추얼 사이드미러가 전기차임을 나타낸다.

외부에서 바라 본 아우디 e-트론 버츄얼 사이드미러.
<외부에서 바라 본 아우디 e-트론 버츄얼 사이드미러.>

양산차 최초로 적용한 버추얼 사이드미러는 가장 눈에 띄는 공기역학적 요소다. 기존 미러보다 차량 전폭을 15㎝가량 줄여 0.27의 낮은 항력 계수를 실현했다. 미러가 차체 측면과 맞아떨어져 주차 시 접을 필요가 없다.

아우디 e-트론 버추얼 사이드미러를 어두운 주차장에서 확인한 모습. / 정치연 기자
<아우디 e-트론 버추얼 사이드미러를 어두운 주차장에서 확인한 모습. / 정치연 기자>

어두운 주차장에서 살펴보니 버추얼 사이드미러 카메라를 보여주는 OLED 디스플레이가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디스플레이로 대체된 미러는 주행 시 전혀 불편함이 없었지만, 주차 시에는 익숙하지 않아 적응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실내는 아우디답게 고급스럽다. 나파 가죽으로 대시보드와 암레스트 등을 꾸몄고, 패들 시프트를 적용한 스티어링 휠도 손에 잘 감긴다. 간결해진 동력 구조로 실내 공간도 넉넉하다.

아우디 e-트론 주행 모습.
<아우디 e-트론 주행 모습.>

본격 주행을 시작했다. e-트론 55 콰트로는 두 개의 전기모터를 차량 전방과 후방 액슬에 각각 탑재해 합산 최고출력 360마력(265㎾), 최대토크 57.2㎏·m를 발휘한다. 부스트 모드를 사용하면 순간적으로 408마력(300㎾), 67.7㎏·m까지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아우디 e-트론 LED 헤드램프. / 정치연 기자
<아우디 e-트론 LED 헤드램프. / 정치연 기자>

가속 페달을 밟으면 휘이잉 소리를 내며 주행을 시작한다. 가상음을 내는 것인데 여태 시승한 전기차 가운데 가장 이질감 없이 부드러운 주행 감성을 보여줬다. 마치 조용한 6기통 가솔린차를 모는 듯한 느낌이다.

아우디 e-트론 주행 모습.
<아우디 e-트론 주행 모습.>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봤다. 가속 시작 시점부터 강력한 힘을 여과 없이 뿜어낸다.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100㎞/h 가속 시간은 6.6초(부스트 모드 5.7초)에 불과하다. 공차 중량이 2615㎏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출중한 실력이다.

다시 국도로 빠져나와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렸다. 가장 감탄한 건 핸들링이다. 차량을 일부러 미끄러트리려고 해봐도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 현상이 나오지 않는다. 도로를 움켜쥐고 달리는 느낌이다. 배터리 등을 차체 하부에 깔아 무게 중심이 낮은 데다 사륜구동 콰트로 시스템을 사용한 영향이다.

아우디 e-트론 보닛 내부. / 정치연 기자
<아우디 e-트론 보닛 내부. / 정치연 기자>

주행거리는 기대보다 넉넉했다. e-트론이 국내에서 인증받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기준 307㎞다. 출발 시 주행 가능 거리가 300㎞였는데, 한적한 고속도로와 국도 100㎞를 주행하고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240㎞였다. 현장에서 만난 아우디 관계자는 400㎞가 넘는 서울과 부산 주행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운전쪽 도어 앞에 자리한 아우디 e-트론 충전구. / 정치연 기자
<운전쪽 도어 앞에 자리한 아우디 e-트론 충전구. / 정치연 기자>

이처럼 실제 주행 가능 거리가 더 긴 것은 강력한 회생 제동 기능 덕분이다. e-트론은 감속 중 90% 이상 상황에서 전기모터를 통해 에너지를 회수한다. 내리막길을 달리다 보면 주행 가능 거리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브레이크-바이-와이어 시스템이 브레이크 사용 시 에너지를 적극 회수한다. 다른 전기차처럼 회생 제동 시 느껴지는 불쾌함이 전혀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아우디 e-트론 8각형 전면 그릴과 전기차 전용 번호판. / 정치연 기자
<아우디 e-트론 8각형 전면 그릴과 전기차 전용 번호판. / 정치연 기자>

배터리는 95㎾h 용량을 갖췄다. 12개의 셀을 하나의 모듈로 총 36개 배터리 모듈로 구성됐다. 배터리 보증기간은 8년 또는 16만㎞다. 완속(AC)이나 급속(DC) 충전 모두 가능하다. 급속 충전 시 최대 150㎾ 출력으로 30분 만에 최대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아우디 e-트론. / 정치연 기자
<아우디 e-트론. / 정치연 기자>

아우디는 e-트론 고객 충전 편의성을 위해 전국 41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전용 150㎾ 급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e-트론 고객을 위한 충전 대행 서비스도 제공한다. e-트론은 현존 최강 전기차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지만, 가격은 대중적이지 않다. e-트론 55 콰트로 가격은 1억1700만원이다. 구매 보조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