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IT금융강국, 코리아를 꿈꾸며

[프리즘]IT금융강국, 코리아를 꿈꾸며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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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한국이 보유한 IT 인프라를 따라잡은 국가도 많아졌다. 좀 더 냉정히 말하면 IT 강국이라는 말은 공치사에 불과해졌다.

단어 자체가 옛 전유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또 다른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IT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가 금융시장으로 파고든 것이다.

한국이 '오픈뱅킹'이라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접목해 파격의 혁신 금융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물론 해외 선진국도 오픈뱅킹 도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만 속도와 파괴력은 한국이 단연 으뜸이다.

오픈뱅킹이 한국에서 자리 잡자 전통 금융사는 물론 국내 빅테크 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 간 협업 체제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오픈뱅킹은 모든 핀테크 기업이 개별 은행과 별도의 제휴 없이도 신규 서비스를 원활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조회, 이체 등 금융 핵심 서비스를 표준화해서 개방형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 형태로 제공하는 금융 공동 인프라다.

한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중심으로 디지털 금융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아세안 내 경제 규모 상위 4개 국가인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명목 국내총생산(nGNP)을 합하면 약 2조3700억달러에 이른다.

아세안 국가 평균 경제성장률은 약 5.1%로 경제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금융 계좌를 보유한 인구는 27%에 불과하다. 캄보디아의 경우 인구 약 5%만이 금융사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은행 계좌가 없어도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핀테크 기반 서비스가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이 시장을 노리고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JB금융 등이 오픈뱅킹 기반 현지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 핀테크 기업의 해외 진출 사례도 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지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광범위한 제휴를 통해 오픈뱅킹 기반 혁신 사업을 현지에서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소프트뱅크와 협력, 아세안에서 e커머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그랩과 제휴하고 카카오 T앱을 통해 카풀, 오토바이, 택시 호출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몸집을 키워 나가고 있다.

정부도 해외 시장 공략에 협력 기관으로 나섰다.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의 현지 진출에 전방위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4개사를 선정해 지원에 나섰고, 반기마다 유망 기업을 선별할 계획이다.

이제 한국은 오픈뱅킹의 쓰임새를 해외로 넓혀 IT 금융 강국 도약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작은 내수 기반의 국내 금융 시장은 한계에 직면했다. 예대마진으로 먹고사는 시대는 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산업계가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도 IT 기반 오픈뱅킹의 저력을 보여 줘야 할 때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