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업계, '전기차 배터리 독자 개발 시작됐다'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GM, LG화학 합작법인 '얼티움 셀'
자체 브랜드 내세워 혼다에도 공급
테슬라, 비밀 프로젝트 움직임 포착
BMW·폭스바겐도 기술 확보 분주

글로벌 전기차·완성차업계가 배터리 구매, 배터리사와의 합작을 통한 '물량 안정 확보' 단계를 거쳐 이제는 '배터리 자체 개발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테슬라와 BMW·폭스바겐 등이 배터리 셀 독자 개발에 들어갔고, 제너럴모터스(GM)는 LG화학과 합작사를 세웠지만 배터리 개발 주도권을 잡았다. 배터리 업체 의존도를 벗어나 각사의 전기차에 최적화된 배터리 선행 기술까지 확보하려는 시도다. 반도체업계의 '팹리스-팹' 구조처럼 배터리는 완성차 업체가 개발하고 생산은 배터리 제조사가 맡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완성차·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와 BMW, 폭스바겐, GM이 전기차용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들어갔다. 기존 합작사나 공급사를 통해 배터리를 주문해 받아 온 것과 달리 완성차 업체가 직접 개발을 주도한다. 이들 완성차 업체는 당장은 합작사나 공급사를 통해 배터리를 공급받지만 향후 5년 내 독자 개발한 배터리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업체가 개발하고 있는 배터리는 양극재에 니켈·코발트를 쓰지 않거나 최소화하고, 고전압 소재나 음극활물질을 개선해 에너지밀도를 높인 기술이 유력하다.

배터리가 포함된 전기차 플랫폼.
<배터리가 포함된 전기차 플랫폼.>

GM은 지난 5월부터 LG화학과 세운 합작법인 '얼티움 셀' 생산공장을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구축하고 있다. 2022년 양산을 시작해 2023년에 출시되는 20종의 전기차에 여기서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다.

50대 50 합작사지만 GM이 완성차업계에서 유일하게 배터리에 '얼티움 셀'이라는 브랜드를 달았다. 이 배터리는 혼다에도 공급하지만 공급 주체는 LG화학이 아닌 GM이다. 또 GM은 최근 독자 진행하는 '100만마일'(약 160만㎞)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근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더그 파크스 GM 부사장은 “GM 복수의 팀들이 작업하고 있고, 얼티움 배터리보다 더 진전된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이미 독자 개발 정황이 여러 번 포착됐다.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배터리 조인트 벤처를 운영하고 있고, 중국 CATL 및 한국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 독자 배터리셀 양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 '로드러너'를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셀 제조를 위해 자동화 장비·조립 라인의 설계 개발에 필요한 엔지니어팀과 관련 기술자를 찾는 채용 공고를 내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 캐나다 배터리 생산장비 업체 '하이바시스템스'와 울트라커패시터 전지 전문업체 미국 '맥스웰'을 인수했다. 오는 9월 테슬라 주주총회에 있을 '배터리 데이'를 통해 독자 개발하고 있는 배터리 전략을 공개할 공산이 크다.

삼성SDI와 CATL 배터리를 쓰는 BMW도 자체 셀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독일 뮌헨에 '배터리 셀 역량 센터'를 개소했다. 이곳에는 배터리 전문 인력 200명을 비롯해 파일럿 생산 라인과 충·방전 실험 설비, 4대(양·음극·분리막·전해질) 소재 연구 장비 등 배터리 셀 연구개발(R&D) 설비가 들어섰다.

최근에는 독일 연방 정부와 바이에른주로부터 6000만유로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뮌헨 근처에 파일럿 배터리 셀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오는 2022년 공장 가동을 목표로 1억1000만유로의 자금을 투입, 아시아 기업들 수준을 능가하는 공정 혁신과 생산 효율 향상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업계에서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가장 먼저 한 건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2월 중국 3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궈쉬안의 지분 26%를 매입,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해 9월에는 스웨덴 배터리팩 업체 노스볼트와 함께 합작사를 설립했다. 폭스바겐은 약 1조2000억원을 투입, 노스볼트를 배터리 셀까지 개발·생산하는 완제품 업체로 키운다는 목표로 LG화학·삼성SDI 등 국내 인력을 대거 영입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앞으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간 협업은 마치 반도체 분야 팹리스 및 팹처럼 설계·개발과 생산이 나뉘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라면서 “단위 전지 코어 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 조직을 구축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이들의 배터리셀 개발은 향후 5년 전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도 LG화학과 합작사 설립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지분율과 합작사 생산공장 부지 선정 등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현대차는 의왕연구소에 배터리셀 등을 포함한 완제품 시험 라인을 구축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차 배터리 공장은 배터리셀 선행 기술 개발보다는 신차 개발을 위한 배터리 샘플링 공장 등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