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TOF 모듈 신규 공급' 한국기업 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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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정보·움직임 인식 3차원 센싱 부품
LG이노텍 제조…아이패드 첫 적용 이어
하반기 신형 아이폰 탑재…AR구현 활용
카메라 공급망 분야 韓 입지 확대 기대

애플이 국내 카메라 부품 업체들과 비행시간 거리측정 기술, 이른바 '비과시간'(TOF) 모듈 수급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TOF는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퉁겨서 되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해 사물의 입체감이나 공간 정보,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3차원 센싱 부품이다. 애플은 올해 아이패드에 TOF 모듈을 처음 적용한 데 이어 가을 출시 예정인 신형 아이폰에도 TOF를 탑재할 계획이다. 물량 확대에 대비, 신규 공급사 발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국내 복수의 카메라 부품 업체들을 찾아 TOF 모듈 공급 여부를 논의했다. 애플은 복수의 업체에 자료를 요청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에서 TOF 모듈 공급과 관련해 자료요청서(RFI)를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TOF 모듈은 애플이 올 상반기 출시 아이패드 프로에 처음 적용된 부품이다. 애플은 이를 '라이다 스캐너'라고 칭했다. 이 TOF 모듈은 LG이노텍이 제조, 공급하고 있다. 애플이 이번에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 기업은 복수로, 기존에는 애플과 거래 관계가 없던 업체들이다. 애플이 LG이노텍 외에 TOF 모듈을 공급할 신규 협력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패드에 탑재된 라이다 스캐너를 소개한 내용<출처: 애플 홈페이지>
아이패드에 탑재된 라이다 스캐너를 소개한 내용<출처: 애플 홈페이지>

애플은 TOF 기술을 본격 확대 적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이패드 프로 첫 탑재에 이어 올 하반기에 나올 신형 아이폰에도 TOF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고급 모델 기준 후면에 트리플 카메라와 함께 TOF가 적용될 예정이다. 아이폰용 TOF 역시 LG이노텍이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TOF 탑재를 확대하는 건 증강현실(AR) 기능을 모바일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다. 현실의 이미지에 3차원의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 주는 AR를 TOF를 통해 더욱 정밀하고 현실감 있게 표현하려는 것이다. TOF를 활용하면 거리 측정이나 3D 형상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

아이패드 증강현실 게임 장면<출처: 애플 홈페이지>
아이패드 증강현실 게임 장면<출처: 애플 홈페이지>

올 가을 출시될 신형 아이폰의 양산은 이미 결정됐고, 부품 공급사도 확정됐다. 일부 부품은 이미 생산에 들어갔다. 애플이 신규 TOF 공급사를 물색하고 나선 건 내년 이후의 생산 물량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TOF 적용 모델 수의 확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TOF 수율 저조와 공급 부족에 따른 신규 거래처 발굴 가능성도 있다.

애플의 추가 TOF 공급사 발굴은 추진 단계이기 때문에 실제 계약 여부는 지켜볼 대목이지만 최근 애플 카메라 공급망관리(SCM)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애플에 렌즈를 신규 공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가 애플 렌즈 공급사로 이름을 올린 건 처음이다. 삼성전자를 핵심 고객사로 두고 있는 삼성전기는 사업 확장을 위해 애플을 신규 발굴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부품 수급 안정화와 원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삼성전기를 신규 렌즈 공급사로 선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는 LG이노텍도 애플 카메라 SCM 내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중국 소수민족 탄압을 이유로 중국 기업 11개사를 제재 대상에 올린 가운데 이 대상에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오필름테크가 포함됐다. 오필름에 대한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 혜택을 LG이노텍이 누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LG이노텍은 애플 카메라 모듈 최대 공급사다.
LG이노텍 카메라 모듈에 이어 삼성전기의 렌즈와 추가 TOF 모듈까지 공급이 성사되면 애플의 중요한 광학 부품을 한국 기업이 맡게 된다.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부품 공급망을 안정화하려는 애플과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 간 접점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LG이노텍 직원이 카메라 모듈을 보여주고 있다.<사진: LG이노텍>
LG이노텍 직원이 카메라 모듈을 보여주고 있다.<사진: LG이노텍>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