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측정 카메라 '심각한 오류'...종이사진에도 '정상체온'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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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종이사진 갖다 대면
사람으로 인식, 체온체크까지
다중이용시설 방역 허점 드러나
품질검증 미흡해 대책마련 시급

한 대형 매장에 설치된 안면인식 열화상 카메라.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한 대형 매장에 설치된 안면인식 열화상 카메라.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시중에 설치된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가 사진을 정상 체온으로 인식하는 등 허점을 드러냈다. 호텔, 쇼핑센터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다수의 제품에서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남에 따라 코로나19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품질검증 기준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5일 전자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고열자를 찾아내고 다중이용시설 출입 통제를 위해 설치한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카메라는 안면인식을 통해 마스크 착용 여부를 판별하고, 적외선 체온 측정으로 고온발열자를 가려낸다. 얼굴을 댔을 때 제대로 작동한다. 문제는 사진을 댔을 때도 정상으로 판단한다는 점이다.

본지가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설치된 A사 제품을 확인한 결과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대자 얼굴을 인식한 다음 '36.5도 정상체온'이라는 표시와 함께 녹색불이 들어왔다. 통과해도 좋다는 뜻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수도권의 한 대형 쇼핑센터에 설치된 B사 제품은 스마트폰 사진은 물론 종이사진에도 카메라가 반응했다. 종이사진을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 심지어 체온을 '36.2도'(스마트폰 사진)와 '36.4도'(종이사진)의 정상으로 측정하고 통과시켰다.

사진 속 얼굴을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도 모자라 스마트폰과 종이 온도를 36.5도 안팎으로 표시한 것에는 오작동이 의심된다.

B카메라 제조사 관계자는 “설치하는 환경에 따라 펌웨어를 다르게 설정해서 출시하고, 이 때문에 오차율이 커졌을 수 있다”면서 “스마트폰이나 종이사진을 카메라에 댈 때 손가락이 적외선 센서에 영향을 미쳐 온도가 측정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해명과 달리 65㎝ 길이 '셀카봉'을 이용해 실험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팔 길이 포함 1m 이상 떨어진 측면에서 셀카봉으로 사진을 댔는데도 정상 체온으로 인식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를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출입관리시스템과 연동해서 정상 체온인 사람에게만 출입문을 개방해 줘야 하는데 사진을 악용하는 사람을 통과시킨다면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를 무인으로 운영할 유인이 높다. 지금의 대면 방식은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가 시장에 쏟아지고 있지만 품질 검증은 미흡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10개 안팎의 업체가 제품을 출시, 개당 100만~3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 직접 개발하고 제조한 것인지 수입 제품을 상표명만 바꿔서 판매하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국내 판매를 위해 KC인증이나 전자파인증을 받지만 이는 안전성만 따지는 것이어서 제품의 성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제조사가 한국인정기구(KOLAS)를 통해 온도와 습도 관련 품질성적서(교정성적서)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물체와 사람 구분은 KOLAS 인증에서도 검증하지 못한다.

정부 관계자는 “인체용 열화상 카메라에 대한 국제표준(ISO 18436)은 있지만 정확하게 성능을 검증할 제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인체용 열화상 카메라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측정 방법 개발 과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