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이러스연구소, 설립 속도가 중요

[사설]바이러스연구소, 설립 속도가 중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바이러스연구소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으로 설립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발의안에서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에 관한 기초연구를 통해 유전체, 변이정보 등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면서 “출연연으로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원을 설립,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바이러스 기초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바이러스연구소 설립은 그동안 답보 상태였다. 총론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에서 정부와 과학기술계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립보건연구원 산하에 국립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각각 설립해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분담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반대 여론에 부닥쳐 철회했다.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두는 방향도 나왔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그나마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출연연의 부설기관이나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에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법안까지 발의돼 바이러스연구소 설립 논의는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설립까지 속도를 더 내야 한다. 코로나19로 촉발됐지만 바이러스는 앞으로 인류가 짊어질 재앙의 하나가 됐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기초연구가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행히 바이오 분야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구개발(R&D)에 속도가 나고 있지만 여전히 기초연구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조직 위상과 역할을 놓고 아웅다웅할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 당장 연구소를 출범시켜도 늦었다. 기초연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대규모 투자와 우수 인재 양성 모두 시간이 필요하다. 바이러스연구소 논의는 올해 초에 시작됐다. 아직도 방향조차 잡지 못한다면 정부도 할 말이 없다.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정책은 완결성도 중요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