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피엔스 시대]초지능·초성능 투 트랙…ETRI AI연구소 '국가지능화' 기틀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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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에서 인류 혁신의 단초를 찾고자 전자신문이 마련한 연중기획 'AI 사피엔스 시대'가 3부를 맞았다. 지난 'AI 사피엔스 시대' 1부에서는 우리 생활 속 AI 활용 사례를 체험해 봤고, 2부에서는 이들의 기반이 되는 AI 기술 소개에 집중했다. 3부에서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연구개발(R&D)' 조망에 나선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비롯한 공공 연구기관, 민간기업 AI 연구조직 역할과 수행 중인 연구를 소개한다. AI 기술의 요람에서 도전하는 R&D를 두루 살피고, 향후 우리나라 AI 기술 미래상을 가늠해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공지능(AI) 연구소의 역할과 책임, 산하 본부 주요 역할 분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공지능(AI) 연구소의 역할과 책임, 산하 본부 주요 역할 분배.>

그동안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기술 발전에 힘써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은 지난해 AI R&D에 방점을 찍고 기관을 일신했다. '국가정보화'에 이은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비전으로 '국가지능화'를 제시했다. 신설 조직인 '인공지능 연구소(이하 AI 연구소)'가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ETRI AI 연구소는 조직의 역할과 책임 영역(R&R)으로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전에 없이 똑똑하고 강력한 AI를 구현하는 것,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고성능 컴퓨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각각 '초지능'과 '초성능'을 핵심 키워드로 R&D를 진행, 국가지능화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ETRI가 개발한 시각지능 기술로 영상 속 사람 부분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모습.
<ETRI가 개발한 시각지능 기술로 영상 속 사람 부분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모습.>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성장하는 AI

ETRI AI 연구소는 '복합 AI' 기술이 초지능 구현의 첫 번째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연구에 힘쓰고 있다.

복합 AI는 수사적 표현이 아닌 정말 사람을 닮은 AI다. 스스로 학습·판단·진화하는 AI로 설명가능하다. 이들 성질을 토대로 향후 사람과 유사한 수준으로 지능을 발전시킬 가능성을 품고 있다. AI가 하나의 감각만 다뤘던 것과 달리 시각·청각·촉각 등 다양한 감각(멀티 모달)을 자연스럽게 통합·활용하는데 이 결과 전에 없던 인지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그동안 ETRI가 발전시켜온 언어·음성·시각지능 기술이 기반이 된다. 특히 언어와 음성처리 기술력은 자동통역 서비스인 '말랑말랑 지니톡'을 통해 선보인 바 있다. 지니톡은 평창 올림픽 자동통역 공식 서비스로 활용됐고, 현재 다양한 플랫폼으로 사용되고 있다. ETRI는 이런 언어·음성처리를 기반으로 '왓슨'에 비견되는 국산 AI '엑소브레인'도 구현한 바 있다.

ETRI AI 연구소는 이런 갖가지 감각에 새로운 인지컴퓨팅, 자가학습 기술 등을 더할 계획이다. 오는 2030년을 목표로 사람 수준의 복합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TRI 인공지능연구소의 첫 번째 역할인 초지능 정보사회 기반 구현 개요
<ETRI 인공지능연구소의 첫 번째 역할인 초지능 정보사회 기반 구현 개요>

◇사람과 공존하는 동반자 AI

두 번째 초지능 핵심 과제는 '자율지능공존기술'이다. 현재 다양하게 구현된 자율지능이 사람과 보다 면밀하게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로봇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령자와 같은 주 적용대상의 일상 행동을 인식·이해시켜 상호작용을 증진시키는 방식이다. 모델링과 해석, 추론 기능을 강화해 노동 현장에서의 안전성을 보다 높이는 것도 주된 연구 방향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유·무인 운전자가 혼재된 교통상황을 이해시키고, 주행가능 공간 이해 능력을 강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레벨4' 자율주행 핵심 기술 개발에 나선다.

드론 기술로는 정밀측위, 장애물 회피, 위치인식 및 지도작성(SLAM), 자율 임무수행 등 세부기술들을 개발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드론을 초소형 'AI 플라잉 로봇'화해 사람의 인지범위를 확장시킬 계획이다.

◇고성능 컴퓨팅 기술로 AI 발전 견인

초지능 AI를 현실화하려면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수다. ETRI AI 연구소는 성능 한계를 극복하는 초성능 컴퓨팅 실현으로 이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우선 지능정보 처리 및 서비스에 특화된 고성능 컴퓨팅 기술 R&D를 중점 추진한다.

ETRI AI 연구소는 다수의 메모리 노드를 고속 패브릭(Fabric)으로 연결, 거대한 공유 메모리를 구성하는 '메모리 중심 컴퓨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데이터 병렬 처리에 능한 메모리 중심 컴퓨팅으로 정보처리 속도를 크게 높인다는 복안이다.

두 곳 이상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방식인 '멀리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도 관련 서비스, 클라우드 통합 스토리지 구현에 나서고 있다. 이전보다 속도를 높인 임베디드(내장형) 지능화 기술 R&D도 함께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ETRI AI 연구소는 자체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AI 슈퍼컴퓨터 개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아직은 기획단계지만 원천기술 확보를 시작으로 AI 연산에 특화된 슈퍼컴퓨터 시스템 개발을 준비 중이다.

ETRI 인공지능연구소의 두 번째 역할인 초성능 컴퓨팅 실현 개요.
<ETRI 인공지능연구소의 두 번째 역할인 초성능 컴퓨팅 실현 개요.>

◇AI 발전에 파괴적 혁신 가져올 컴퓨팅 기술

ETRI AI 연구소는 AI 프로세서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AI 연산의 기반이 되는 프로세서 구현으로 초성능 기반 구현 과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복안이다.

사람 뇌신경을 모방한 '뉴로모픽' 프로세서를 40테라플롭스(TF)급 성능으로 구현하는 것을 비롯해 초절전 지능정보 매니코어 프로세서, 시각지능 뉴로모픽 모바일 프로세서, 기계학습 가속 하드웨어(HW)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후 점차 프로세서 성능을 강화, 2025년 이후에는 1000TF급 고성능 AI 프로세서를 구현한다는 잠정 목표도 가지고 있다.

ETRI AI 연구소는 AI 프로세서와 함께 지능형 엣지 프로세서, 지능형 레이더 칩 연구도 진행 중이다. 컴퓨팅 파워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양자컴퓨팅 원천기술연구도 서두르고 있다.

ETRI의 AI 프로세서 알데바란
<ETRI의 AI 프로세서 알데바란>

ETRI는 이들 AI 연구소의 연구가 향후 우리나라를 한 단계 성장시킬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명준 ETRI 원장은 “AI는 경제와 사회 전반의 기본 패러다임이 된지 오래”라면서 “AI 연구소는 ETRI가 가진 국가지능화 비전의 핵심 조직으로 이들의 성과가 우리나라 AI 혁명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