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최초 '韓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코로나 위기, 정책대응 잘했다"
올해 -1.2%서 -0.8%로 상향
5G·네이버·카카오 등 ICT 주목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 회원국) 37개국 성장률 전망.[표=OECD]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 회원국) 37개국 성장률 전망.[표=OEC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초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상향 조정됐다. 코로나19를 가장 성공적으로 차단하면서 회원국 가운데 경제 위축이 가장 작았다는 평가다. OECD는 특히 감염병 대응에 기여한 5세대(5G) 이동통신, 네이버·카카오 협조 등 국내 정보기술(IT) 분야에 주목했다.

OECD가 11일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상향 조정됐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6월 전망치인 -1.2%에서 -0.8%로 조정됐다. 민간소비의 경우 -4.1%에서 -3.6%, 총투자는 -0.7%에서 2.9%로 크게 올랐다. 다만 수출 지표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6월 전망치는 -2.6%에서 -5.7%로 하향됐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는 코로나19로 심각한 침체를 경험했지만 정책 대응으로 다른 회원국 대비 경제 위축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분석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적 등을 반영한 결과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2위인 터키(-4.8%)와 4%포인트(P) 이상의 격차를 보이면서 1위를 기록했다.

OECD는 이 같은 경기 회복세를 두고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와 세계 최초 5G 서비스 도입 등 첨단 기술 분야 선두 주자로서 코로나19 위기 시 한시적인 비대면 의료 허용을 통해 감염 위기를 축소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감염자를 신속히 검사·추적하고 비대면 생활 방식을 활성화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로 보고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해 진단키트 개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자가격리, 네이버·카카오 등의 공적마스크 판매·재고 정보 공유, 코로나맵 등을 소개했다.

다만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는 다소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ICT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 생산성이 낮고, 중소기업·고령층 중심으로 기술 격차가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연구개발(R&D) 지원과 중소기업 기술혁신 관련 정책 제언도 나왔다.

보고서는 “R&D 지원 방식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중소기업 혁신 바우처 제공, 대기업〃중소기업〃학계 협업 등을 통해 중소기업 ICT 활용 촉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재정의 경우 “대규모 재정 지원 등으로 재정 적자가 발생하겠지만 재정을 통한 경기 뒷받침은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경기부양 정책 규모는 277조원(GDP의 14.4% 수준)이다.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59조2000억원), 금융지원(200조원 이상), 감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보고서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고령화에 따라 공공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정부 수입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분배 측면에서는 비관적인 평가가 나왔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소득 보전, 고용 유지 지원, 공공일자리 창출 등에도 비정규직·고령층 등을 중심으로 분배가 악화했다”면서 “노인 상대빈곤율이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세후 지니계수로 측정한 소득불평등도는 OECD 국가 가운데 7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