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업계, 70%는 상반기 적자…코로나19까지 '엎친 데 덮친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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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25곳 중 17곳 영업익 마이너스
코로나 쇼크·中 업체 성장 등 악재 겹쳐
실리콘웍스 등 일부 업체만 실적 선방
수요 연계·인력난 해소 실질 대책 절실

국내 팹리스 상반기 실적 분석.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취합>
<국내 팹리스 상반기 실적 분석.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취합>>

국내 팹리스 25개 상장사 가운데 약 70%가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업체 성장과 반도체 원칩화에 따른 수요 부진, 인력 부족으로 업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실적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국내 팹리스 상장업체 중 매출 상위 25개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8개 업체를 제외한 17개 업체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개 업체가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때보다 업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팹리스는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팹)이 없는 업체를 말한다. IT기기, 자동차 등에 들어갈 수 있는 반도체를 설계한 뒤, 파운드리에 칩 생산을 같기고 이후 고객사에게 자사 칩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에 자신들이 직접 설계한 칩을 공급하면서 사업을 영위해왔다. 하지만 각각의 칩 기능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집약되는 '원칩화'와 고객사에서 직접 칩을 개발하는 내재화 움직임에 극심한 인력난까지 더해져 업계 매출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스마트폰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을 시도 중이지만, 중국 시스템반도체 업계의 가파른 성장과 단가 경쟁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팹리스 업계, 70%는 상반기 적자…코로나19까지 '엎친 데 덮친 격'

하지만 올 상반기 괄목할 만한 매출 성장세를 기록한 기업도 있다. 국내외 고객사 확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가량 매출이 증가한 LG그룹 계열 실리콘웍스,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 호재로 D램과 플래시 판매량이 오른 제주반도체 등이 실적 증가를 기록했다. 자동차용 카메라, 보안카메라용 이미지센서를 만드는 픽셀플러스도 지난해 46억원 적자에서 1억원으로 흑자를 냈다.

이에 반해 대다수 업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한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이 제한된 데다, 가장 수요가 많은 중국 시장 공략에 어려움이 있어 매출이 20~30% 정도 감소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하반기 실적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겨냥하고 있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아직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아 앞으로의 상황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팹리스 생태계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요기업 연계, 인력난 해소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 분위기는 육성 전략 발표 전보다 고무됐지만, 각종 지원이 피부로 느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에서 코로나19 타개를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