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몰리는 '네카라쿠배'...'R&D 퍼스트' 확산

집단지성 발휘 '코드리뷰' 문화 정착
수평적 분위기 등 입사 선호도 높아
디지털 전환·비대면 업무 도입 활발
개발자 위상 강화 '부르는 게 몸값'

<이미지 출처 = 잡코리아 광고 캡처>
<이미지 출처 = 잡코리아 광고 캡처>

최근 개발자 중심으로 '네카라쿠배'라는 신조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입사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등 5개사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게임업계 3N(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처럼 업계 내 대세 용어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잡코리아 등 취업 포털에서는 이미 이 표현을 서비스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19일 국내 스타트업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는 워낙 잘 알려진 업체고, 쿠팡과 배민은 최근 연구개발(R&D) 강화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면서 “5개 업체 간에는 뚜렷한 우열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부서와 세부 업무에 따라 선호도가 갈린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입사 기업 선호도 조사에서 수년 동안 선두권을 다툰 국내 대표 IT 기업이다. 올해 7월 잡코리아가 대학생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카카오와 네이버가 나란히 1, 2위에 꼽혔다. 라인플러스는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의 글로벌 업무를 담당한다. 일본·태국·대만 메신저 시장 1위라는 글로벌 입지와 더불어 선진형 사내문화 등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은 배달 중개와 e커머스 영역에서 출발, 최근 IT 기업 이미지를 강화해서 거듭난 사례다. 초기 우아한형제들은 개발보다 마케팅으로 잘 알려진 회사였다. 2015년 김범준 CTO(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영입하면서 기술 중심 회사로의 탈바꿈을 본격화했다. 신입 개발자 연봉을 5000만원 이상으로 책정하고, 신인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쿠팡의 변곡점은 2014년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소프트웨어(SW) 기업을 인수하고, 피인수 기업 대표이던 짐 다이를 본사 CTO로 영입했다. 이후 이른바 '한국판 실리콘밸리' '한국의 아마존'을 내세우며 글로벌 인재를 빠르게 흡수, 개발 조직을 키워 가고 있다.

두 회사는 이 시점부터 유능한 개발 인재를 초반에 선점하고 투자를 이어 나가면서 동종업계 대비 격차를 늘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발자들은 개발 조직 문화와 유능한 동료를 이직 최우선 조건으로 꼽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특히 우아한형제들은 개발자들이 모여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코드리뷰' 문화가 잘 정착돼 있고, 쿠팡은 실리콘밸리 등 해외 오피스 글로벌 인재들과 영어로 소통하며 일하면서 확립된 평등 문화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시스템 등 앞선 기술을 일찍 받아들여 조직에 정착시킨 점도 관심을 끌었다. 향후 이직 시 신기술 커리어는 중요 역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IT 아웃소싱 플랫폼 위스켓에 따르면 AWS와 페이스북의 플랫폼 리액트에 대한 요구는 지난 3년간 수치 대비 올해 각각 364%, 2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에서는 다국적 엔지니어들이 국경을 넘어 협업하고 있어 혁신 테크 트렌드를 발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면서 “글로벌 최고 인재들과 협력하며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개발자들의 선호 이유”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IT 개발자의 위상 강화를 실감하고 있다. 유능한 개발자는 '부르는 게 몸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디지털 전환이 전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점도 R&D 인력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개발자의 필요성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차별화의 핵심 요소로 IT가 떠오르면서 개발자가 지원 부서를 넘어 회사의 핵심으로 대우받는 시대가 됐다”면서 “R&D 중시 문화가 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