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CEO]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다양한 반도체를 더 쉽게 만드는 세상 만들 것"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사진=세미파이브>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사진=세미파이브>

“다양한 반도체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의 경영철학은 단순명료했다. 조 대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값싸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반도체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품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시대로 접어들면서 반도체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칩이 필요해졌지만 정작 비싼 개발 비용과 어려운 기술 장벽으로 자신만의 칩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10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반도체를 활용한 독자 칩을 만들려면 설계부터 생산까지 백억원 단위의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세미파이브는 자사 시스템온칩(SoC) 플랫폼으로 반도체 설계의 처음과 끝을 밀착 지원, 이러한 고객사의 부담을 덜어 준다.

세미파이브 플랫폼 안에 들어온 고객사는 회사가 미리 만든 아키텍처와 설계자산(IP)을 마음껏 재활용하면서 독창적인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아이디어가 있지만 설계 기술이 낯선 고객사를 위해 칩을 대신 설계해 주는 프로젝트 SoC 사업도 진행한다.

조 대표가 이 비전을 시현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리스크파이브'(RISC-V) 명령어집합구조(ISA)다. ISA는 반도체 설계 단계에서 필요한 명령어 꾸러미다. 오픈소스 기반의 누구나 공유 가능한 이 ISA 체계로 기존 반도체 설계사들이 쓰던 명령어 꾸러미보다 더욱 값싸고 빠르게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다.

세미파이브가 RISC-V 기반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회사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 2018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91억원의 초기투자에 이어 1년 만인 지난 6월 340억원 규모의 두 번째 투자를 마무리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 SoC 설계에 특화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파운드리사업부 확장에 한창인 삼성전자와의 협력도 공고하다.

조 대표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상당히 적극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핵심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박성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세미파이브 공동대표로 합류해 업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최근 세미파이브만의 IP 개발 및 확보를 가속하기 위해 대기업에서 반도체 설계를 맡은 경험이 있는 이진언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또 세미파이브 미국 지사를 책임질 켈빈 로 지사장도 지난달 업무를 시작했다.

조 대표는 130명의 국내 인력 규모를 올해 150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파키스탄 등에서 내년 실무 현장 투입을 목표로 설계 인력 80여명을 양성하고 있다. 조 대표는 19일 “현재 인력도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SoC 아키텍처 역량 확보를 위해 할 일이 많다”며 웃었다.

조 대표는 세미파이브를 글로벌 업체로 길러 내는 것이 목표다. 조 대표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세계 반도체 인력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고 싶다”면서 “'커스텀 실리콘 업계의 새로운 글로벌 허브'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