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등 전자상거래 업체가 마이데이터 사업에 제공해야 할 신용정보 범위에 '주문 내역 정보'가 포함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5일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를 소집, 진화에 나서지만 타협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금융위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 쿠팡, 11번가, 이베이 등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에 25일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회의를 갖는다고 통보했다. 지난 19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와 한국온라인쇼핑협회가 개정안을 재개정하라며 성명서를 낸 데 따른 대응이다.
인기협 등 양 협회는 개정안에 전자상거래 업체의 마이데이터 제공 신용정보 범위에 금융사가 요구한 주문 내역 정보가 포함됐다며 재개정을 요구했다. 주문 내역 정보는 결제·납부·연체처럼 신용도를 판단할 수 있는 신용정보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상태로 개정안이 시행(2021년 2월 4일)된다면 품목 정보는 물론 제품명, 규격, 수량 등 모든 주문 내역이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이데이터 사업과 무관한 중소 쇼핑업체 거래 정보가 공개되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입법예고에 없던 중대 변경이 발생했는데도 다시 입법예고를 하지 않고 임의로 내용을 추가해 공포하면서 행정절차법도 어겼다고 지적했다.
인기협 관계자는 23일 “시행령 재개정 요청에 대한 금융위 입장을 먼저 확인할 것”이라면서 “재개정이 불가능하다면 그 사유와 주문 내역 정보의 정확한 정의, 정보 제공 대상이 되는 이유에 대해 유권해석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전자상거래의 주문 내역 정보는 신용정보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하자도 없다는 설명이다.
박주영 금융위 금융데이터정책과장은 “예를 들어 차를 구매하는 것은 상거래 정보로 신용도를 판단할 수 있는 신용정보의 정의에 해당한다”면서 “입법예고를 다시 해야 할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어떤 상품'인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까지는 대부분 합의가 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전자상거래 업체가 그 이상 상세 내역을 제공하기가 어렵다는 것 때문에 논란이 발생한 것이어서 합의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인기협은 이보다 앞서 열린 협의 과정에서 일부 업체가 '품목' 정보 제공을 언급한 것은 맞지만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협의에 참여한 일부 업체가 업계를 대변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마이데이터는 소비자가 곳곳에 흩어진 자신의 신용정보를 자유자재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다. 구매자 상황, 취향, 소비력을 알 수 있는 주문 내역 정보를 확보한다면 금융상품 추천이나 특화금융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시행령 공포 직전까지 정보 제공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업체는 품목 등 극히 일부 정보만 주겠다는 건데 이걸로는 데이터 활용이 제한적”이라면서 “금융사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신용카드 승인 내역 등 모두를 내놓는데 전자상거래 업체가 세부 주문 내역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강조했다.
전자상거래업계는 금융위가 정보기술(IT) 기업 등이 보유한 일반 개인정보는 제공 대상이 아니라고 해놓고 금융사 요청에 그들 손을 들어줬다고 비판했다.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주문 내역 정보가 신용정보라는 금융권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면서 “법은 범용적이어야 하는데 특정 분야 정보를 전체가 공유하도록 의무화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양측 대립이 첨예해 25일 회의 이후에도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표〉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범위 논란 개요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