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애플 자진시정안이 주는 시사점

애플이 국내 이동통신사 갑질에 대한 보상안을 내놨다. 나름 파격적이다. 한국에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제조업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지원센터에 글로벌 최첨단 제조기기와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도입, 중소기업이 스마트 공정 관련 최신 장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애플은 이와 함께 ICT 인재를 양성하는 디벨로퍼 아카데미와 기기·콘텐츠 지원을 포함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도 한국에 전수한다. 애플케어 플러스와 유상수리 비용 할인 등 소비자 편익 증대 방안도 공개했다.

사실 2000년대 후반 다국적 기업의 일방적 요구는 암묵적으로 통용됐다. 애플 아이폰을 출시하기 위한 국내 이동통신 3사간 경쟁은 이 같은 행위를 부추겼다. 출시 경쟁을 하다보니 애플은 광고비를 자연스럽게 떠넘겼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같은 행위가 시정된 것은 바람직하다. 시장질서 확립 차원에서 필요하다.

애플의 이번 결정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역할도 재조명되고 있다. 다국적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명분과 실익을 모두 끌어냈다. 애플코리아는 2009년 아이폰3GS를 한국에 출시한 뒤 이통사에 TV·옥외 등 광고비와 매장 내 전시·진열비 등을 떠넘긴 혐의를 받았다. 공정위는 2016년 애플 조사에 착수한 후 2018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공소장을 보냈다.

자진시정안은 국내외 기업에 시사하는 점도 적지 않다. 앞으로 한국 진출을 계획하는 다국적 기업에 보내는 메시지가 담겼다. 자본과 기술을 앞세운 일방적 통행과 갑질은 제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보통신 및 인터넷 분야에서는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규제 실효성 의문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결정은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다는 측면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애플 사건을 계기로 다국적 기업의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거래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