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교수창업' 붐…'지분기증' 관행 없애 자율성 키워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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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분야 넘어 비공대로 확산
분야별 전문가 성공 가능성 높아
창업 생태계 보완 '순기능' 기대
확산 추세 맞춰 제도적 지원 요구

대학가에서 학생창업 못지않게 '교수창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생명공학·의학 전공 교수의 바이오 분야 창업이 주를 이뤄 온 것에서 탈피해 최근에는 인문대·경영대·자연과학대 교수들도 창업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창업 성공 가능성이 엿보이는 데다 청년창업과는 결이 다른 도전으로 국내 창업 생태계를 살찌우게 하는 것은 순기능이다. 최근 확산 '붐'에 맞춰 교수창업에 대한 정부와 대학의 체계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양한 전공 분야 교수들이 잇따라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교수창업 1세대라 할 수 있는 생명공학·의과대학 교수들의 의료·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투자시장에서 몸값이 더욱 높아졌다.

이승훈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창업한 '세닉스바이오테크'는 최근 40억원의 시드머니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김완규 이화여대 교수가 창업한 신약 개발 벤처기업 '카이팜'도 50억원 투자를 받았다. 민정준 전남대 의대 교수가 지난해 8월에 창업한 씨앤큐어도 20억원 투자를 받았다. 김원재 충북대병원 임상명예교수는 방광암·전립샘암 표적 진단 키트를 개발해 '유로테크'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바이오 분야 교수창업 성공 사례가 유독 많은 것은 연구 성과 자체가 특허로 보호받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쉽기 때문이다. 별다른 마케팅이나 비즈니스 모델 없이 판로가 쉽게 확보되는 면도 무관하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교수창업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최근 인문계열 교수창업도 눈에 띈다. 남기춘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말 인지검사 서비스 기업 '마인드세팅케이유'를 창업했다. 주의력, 기억력 등 10개 인지 관련 항목을 검사하는 포털로 주목받고 있다. 김진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치매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디지털치료제를 만들어 하이(HAII)라는 회사를 세웠다. 학생들의 극단 선택을 보고 약물 없이 소프트웨어(SW)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제약 산업의 '테슬라'가 되는 게 목표다.

윤용아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교수는 2년 전에 '은행나무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학생이 졸업 후 진출할 수 있는 무대가 제한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배우 매니지먼트, 공연 및 영화 제작, 영상 콘텐츠 배급 플랫폼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2】 인공지능(AI) 분석 전문가로 꼽히는 최대우 한국외대 통계학과 교수는 기업용 AI SW를 개발·제공하는 '애자일소다'를 창업, 설립 5년 만에 기술특례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예비심사에서 최고 등급인 'AA'를 받았다.

교수창업이 활성화된 데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교수의 인사평가에 창업 실적을 고려하도록 대학에 권고한 것이 자극제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양대, 국민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창업을 업적평가에서 연구부문 평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또 교수가 창업할 경우 휴직 또는 겸직을 허용하거나 해외 출장 횟수 제한을 없앤 곳도 있다.


교수창업은 각 분야 전문가의 도전이라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도 짙다. 또 청년창업만으로 부족한 생태계를 살찌운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교수의 노하우를 학문에 머물지 않고 상용화한다는 점도 있다.

교수창업이 지금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기술지주회사 자회사 의무 지분 보유 비율20%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각종 제한으로 외부 투자자가 투자를 철회하거나 교수가 교원 창업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 교수는 “대학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는 대학이 마케팅을 적극 대신해 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대학이 너무 많은 지분을 갖고 관여하면서 사업 간섭도 심하다”고 털어놨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오랜 관행이나 규정으로 남아 있는 교수창업의 지분 기증 문제를 없애거나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논문을 많이 써서 인정 받는 것과 동일하게 창업해서 성과가 나면 승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창업하는 별도의 교수 트랙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