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성장을 위한 예산

정부가 올해 본예산보다 8.5% 늘어난 555조8000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의 큰 줄기로 △경기회복 견인 예산 △한국판 뉴딜의 물꼬를 트는 예산 △국정 성과를 가시화하고 체감토록 하는 예산으로 요약했다. 한마디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선도국가로 가기 위한 확장 재정이라는 설명이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산업 관련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디지털 경제, 저탄소 에너지 전환 등 한국판 뉴딜 투자 중심으로 주요 12대 분야 가운데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산업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22.9% 증가한 29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R&D) 예산을 12.3% 늘린 27조2000억원으로 편성한 점도 눈에 띈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를 맞아 산업 활력을 제고하고 R&D 성과를 높이기 위한 예산 편성이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지금 우리 산업계는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무역 분쟁,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품목이 수출을 떠받치고 있지만 수출 감소세는 지속하고 있다. 다른 수출 경쟁국과 비교해 나름 선방하고 있지만 수출을 포함한 산업의 기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부적으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등 이른바 '빅3 산업'에 4조원을 투입하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예산을 올해보다 21% 증액한 것도 바람직하다. 정부의 소부장 예산은 올해 2조725억원에서 내년도에 2조5611억원으로 약 5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 예산안은 적자국채를 90조원 가까이 발행하고, 국가채무가 900조원이 넘는 상황까지 감내하면서 편성한 역대 최대 규모다. 남은 것은 국회와의 협의 과정에서 산업 활력을 높이고 R&D 근간을 유지하는 예산을 지켜내는 것이다. 또 산업계 곳곳에 시의적절한 예산 투입을 통해 혁신 성장의 기운을 북돋워야 한다. 혁신 성장을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