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소비자 물가 5% 올랐는데 전기료는 14% 하락…"에너지 소비 왜곡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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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9년 소비자 물가지수와 전기료 소비자 물가지수 추이
<2014~2019년 소비자 물가지수와 전기료 소비자 물가지수 추이>

최근 6년 동안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지수가 약 5% 상승한 가운데 주택용 전기요금을 반영한 전기료 물가지수는 약 1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는 오르는데 전기요금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의미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로는 소비 왜곡을 초래, 전력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효율 향상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기요금 개편이 병행돼야 정책에 힘이 실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0일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전기료 소비자 물가지수는 2014년 101.71에서 지난해 87.41로 약 14.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 품목 소비자 물가지수는 99.298에서 104.85로 약 5.6%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 물가는 점진 상승하는 가운데 전기료 소비자 물가지수는 낮아진 셈이다.

유 교수는 “물가가 조금씩 상승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은 변동이 없으니 실질 물가는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가정이 소비하기 위해 구입하는 재화와 용역 평균 가격을 측정한다. 전기료 소비자 물가지수는 주택용 전력요금을 토대로 산정한다. 유 교수는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2015년도를 기준연도로 두고 전 품목 소비자 물가지수와 전기료 소비자 물가지수를 비교 분석했다.

이 같은 지수 추이는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경직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3년 이후 주택용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으면서 전체 물가와의 차이가 벌어졌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2013년 이후 인상되지 않았다. 2018년에 시범 도입된 여름철 전기요금 할인(누진제 완화) 제도가 상시 제도로 바뀌면서 오히려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불러들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여름철 누진제 완화로 인해 사용 구간별로 기존 요금에 비해 6~26%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1472만 가구를 대상으로 총 2843억원이 절감됐다.

전문가들은 물가 변동을 반영하지 못한 전기요금 체계가 전기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에너지효율 혁신 전략 등 전력 수요관리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현행 전기요금 체계로는 전기 소비가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 교수는 “주택용 전기요금은 기온에 굉장히 민감한데 (전기요금이 싸면) 1차 에너지를 써야 할 부분에 인덕션, 전기건조기, 전기장판 등이 쓰인다”면서 “전기를 열에너지로 바꾸면 효율 손실이 크고, 국가적으로는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기 위해 정부가 개편에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유가 하락세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연료비 연동제'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범조 KEI컨설팅 상무는 “전기요금에 비효율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전기요금을 개편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유가 변동 폭이 당분간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료비 연동제 도입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