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030세대의 이유 있는 '빚투'

[기자수첩]2030세대의 이유 있는 '빚투'

“신용대출을 받아서 주식투자 하려다 부부싸움을 했다”고 지인이 하소연했다. 투자 자금이 없지만 대출을 받아서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를 한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제로금리로 대출금리가 내려가자 주식으로 이익을 얻으면 이자를 내더라도 남는 장사라는 계산이다.

회사에서든 가족들이든 모이기만 하면 요즘 주식 이야기뿐이다. 대학생부터 사회초년생, 직장인까지 대거 뛰어들면서 지금 주식시장은 뜨겁다. 관련 신조어도 다수 생겨났다.

올해 초 코로나19로 외국인투자자가 대거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자 개인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3월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자 개인들의 접근이 많아졌고, 이후 주가가 회복하면서 수익을 본 사람도 늘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급등한 테슬라 등 해외 인기 종목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늘면서 '서학개미'란 용어도 나왔다. 특히 젊은 층에 주식투자 열풍이 확산하면서 군대에서 투자한다는 '병정개미', 주식을 잘 모르는 어린이 같다는 뜻의 '주린이'도 있다.

이러한 주식 광풍으로 주식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고객예탁금이 60조원을 돌파했다. 신용대출은 시중은행에서만 이달 들어 1조원 이상 늘었다. 증권사 6곳의 신용공여잔액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개월 동안 증권사에서 빚을 내 주식투자를 한 20대 증가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투'하는 2030세대에게 기성세대는 허황한 생각이라며 따가운 눈총을 보낸다. 그럴 시간에 학업이나 자기계발에 매진하라고 조언한다. 일부 신문에선 “빚투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경고한다. 주택 정책 주무 장관은 30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주택 구매를 보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노동 소득이 재테크로 불리는 자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반지하에 살면서 부동산 매물을 찾고, 주식투자 하는 젊은 세대를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개개인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최선의 투자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세입자를 보호하겠다고 내놓은 임대차 3법 개정은 오히려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돈이 올라 세입자의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종잣돈이 부족한 데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좌절한 젊은이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금의 빚투 현상을 무작정 비난하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는 진짜 문제를 찾아내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