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31>설득력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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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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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창업자들이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의 콘셉트를 정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 자체는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나 설문조사를 구성하는 방식과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결론을 받아들이는 자세에서는 놓치는 부분이 많은 듯하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인간의 정서나 감정은 인지 내지 이성적 기능에 비해 덜 중요하며, 심지어 감정은 이성을 오도해서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한다고 믿어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서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소기의 기대하는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감성은 다양한 말로 표현된다. 심리학에서는 감성(emotion)을 감정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정서(affect), 느낌(feeling), 기분(mood) 등 여러 단어로 대체하여 표현하고 있다. 감정이 어떤 단어로 표현되던, 감정은 우리 인간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감정과 인지는 다른 것이다. 먼저 감정은 자동적 반응(automatic response)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반응하는 무의식적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인지는 통제적 반응(controlled response)으로 스스로 의식하면서 생각하여 이끌어낸 반응을 말한다. 사실 우리가 설문조사로 확인하는 내용 대부분은 통제적 반응(controlled response)의 영역이다.

이와 같은 감성은 우리의 의사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감성에 의해 논리적으로 도출된 결과가 바뀔 뿐만 아니라 심지어 논리성 자체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의 대표적인 견해가 감정 일치(mood congruency)설이다. 감정 일치설이란 정보의 처리, 정보의 저장과 인출, 판단 등 인지하는 내용과 감정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는 걸 뜻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긍정적인 감정 상태에선 긍정적인 정보가 더 잘 입력되고 정보처리가 증가하며,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선 부정적인 정보들의 처리가 더 잘 일어난다. 이런 감정 일치설은 특히 사람들의 기억력을 설명하는 데 효과적이다.

감성에 대한 또 다른 이론인 감정적 점화(affective priming)는 감성이 사람들의 기억뿐 아니라 평가와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어떤 대상에 대해 기분이 좋으면 대상과 시간적, 공간적으로 인접한 대상들 또한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감정적 점화는 특히 무의식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감정적 점화에 대한 실험 결과 0.04초 동안 웃는 얼굴을 보여줘도 그 이후에 제시된 중립적 자극에 긍정적인 감성을 갖게 됐다고 한다. 사람들의 지각 특성상 0.04초 동안 노출된 그림은 인식하지 못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해당 그림에 대해 어떠한 인지적 판단도 내리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그림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은 무의식 속에서 형성된 감정적 점화로 인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와인숍 내의 음악에 따른 와인구매의 원산지를 살펴보았는데 프랑스 음악을 틀어주었을 때와 독일 음악을 틀어주었을 때 각각 해당 지역의 와인이 현저하게 많이 팔렸다고 한다. 이에 연구자들이 와인을 구매한 사람들로 하여금 왜 해당국가의 와인을 샀는지 물으니, 매장에서 그 국가의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그 국가의 와인을 구매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창업자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창업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의사결정 하나하나를 신중히 하려는 경향과 함께 설문조사 등을 통해 논리적인 접근에 치중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진정한 성과는 고객의 감성을 이해했을 때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