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성큼 다가온 미래교육 '고교학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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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성큼 다가온 미래교육 '고교학점제'

#교사들이 자유자재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며 원격수업을 하고 학생은 온라인으로 미리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심화활동을 한다. 대면으로는 따로 찾아가 질문하기를 머뭇거렸던 학생도 비밀 채팅 기능으로 교사에게 거리낌 없이 질문한다.

1년 전만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교실의 모습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교육학 책에서나 볼 법한 미래교실의 모습이 현실이 된 것이다. 미래교육은 어느 새 우리 교육의 새로운 화두가 됐다. 혼란스러운 교육 현장을 모르는 '배부른 소리'로나 치부됐던 미래교육은 어느 새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한 학기를 보낸 지금 미래교육이 곧 실현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명제다.

미래교육은 원격수업이 전부가 아니다. 코로나19 원격수업만큼 강력한 소용돌이가 눈앞에 있다. 바로 고교학점제다. 학생이 자신의 적성을 찾아 과목을 선택하고 경쟁을 통한 잣대가 아니라 개인의 성취 수준에 따라 평가받는 시대가 열린다. 고교학점제는 올해 마이스터고에서 전면 도입돼 현실화됐다. 2025년 전체 학교 도입까지 4년 남짓한 시간 동안 미래교육 전환의 핵이 될 고교학점제를 준비해야 한다. 전국 단위 원격수업의 혼란과 성과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교육의 대 전환을 불러올 고교학점제 준비 상황을 되돌아볼 때다.

유은혜 부총리가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인 부산국제외국어고를 찾아 학생들의 수업을 지켜보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가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인 부산국제외국어고를 찾아 학생들의 수업을 지켜보고 있다>

◇'교육 대전환'…교사에서 학생으로, 필수에서 선택으로

고교학점제 도입은 대한민국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큰 변화다. 고등학교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문제풀이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과정 운영이라고 교육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교학점제에서는 교사가 중심이 아니라 학생이 중심이다. 교사가 짜 놓은 시간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과목을 선택한다. 십수년 동안 대입제도를 바꿔가며 그토록 하고자 했던 학생의 자기주도성이 학교 교육의 중심이 된다. 학생은 교실에만 앉아있으면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고 이수를 해야 한다.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한다는 것은 언뜻 보면 그리 대단한 변화로 보이지 않지만 이 대전제가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우선 교육의 질이 달라진다.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나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선택과목을 운영해 본 교사들은 하나같이 “학생들의 눈빛부터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의 빛나는 눈빛을 보면 교사들은 신이난다고 했다. 학생의 선택권이 커지는 데 혼란을 감내해야 할 교사도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수천년 전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고 한 공자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대학에서도 자발적인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려 하지만 정작 제도에는 공정성을 이유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입시를 수년 동안 연구해 온 한 서울대 교수는 “자기주도적으로 하는 학생의 학업 성취는 남다르다. 학생을 선발할 때 성과보다도 얼마나 주도적으로 했는지가 관심사항이어서 일부러라도 실패한 경험을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육의 지끌 시대'…지역 모든 자원이 교육 주체

학생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선택지가 많아야 한다. 10개 과목을 운영하던 학교가 갑자기 50개 과목으로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지역 협력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인근 고등학교끼리, 또는 인근 대학과 협력해 다양한 수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그동안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시범도입하면서 가능성을 점쳤다. 학생수가 적은 농산어촌에서도 다양한 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3~4학교에서 서너명씩 학생을 모집해 과목을 운영하는 형태다.

지역 단위 협력은 학교 담장을 넘어 살아있는 교육 실현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육부는 올해 지역단위로 협력하는 '고교학점제 선도지구'를 지정하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선도지구내 학교는 각기 저마다 장기를 내세워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A학교는 소프트웨어를, B학교는 제 2외국어, C학교는 과학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일반고, 특성화고, 특목고가 함께 교육자원을 공유하는 모델도 나온다. 학생은 더 전문화된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좋다. 대학 자원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지역의 모든 자원을 끌어 모으는 '지끌' 교육시대가 열리게 된다.

한 지역 내에서 상대적으로 자원이나 여력이 적은 학교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역별 격차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정부는 교육소외지역 여건 개선을 위해 도농 간 강좌교류, 계절학기 운영, 예술·체육 전문(실기)교육, 지역대학 연계 강좌 등을 올해부터 지원하고 있다.

◇'고교학점제'…앞으로 과제는

역설적이게도 교육에 가장 큰 악재였던 코로나19가 교육환경 혁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전국 모든 교사의 디지털 역량이 향상됐다. 원격수업을 통해 교수학습방법 혁신 환경이 조성됐다. 자유학기제·자유학년제 등으로 자발성을 키웠던 학생들은 코로나19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었다.

학생도 교사도 교실에서 지식 전달 위주 수업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식전달만 한다면 인터넷 동영상 강좌와 다를 바가 없다. 이런 형태의 수업은 당장 개선해야 할 비교평가 대상이 됐다. 미래교육을 앞두고 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디지털 역량은 고교학점제의 순조로운 안착을 위한 과제 중 하나였으나 코로나19로 장애물은 하나 없어진 셈이다. 교사들이 실시간으로 학생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온라인 학습도구가 일반화하면서 과정 중심 평가도 수월해졌다.

박진근 논산대건고 교사는 “온라인 학습도구는 평가까지 모두 기록이 남기 때문에 수행평가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래교육에 대한 인식은 확산됐지만 교육체계를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다. 공정성 문제가 또 등장한다. 학생의 자율적인 과목 선택은 가능하지만 대학 입시에 유·불리 문제가 발생한다면 선택권은 없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상당수의 사회현상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대입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고교학점제 역시 순탄하게 안착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지역 간 학교 간 격차를 없앨 수 있는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의 학습 방식과 평가 방식이 바뀌기 때문에 그에 따른 대입 제도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연내 고교학점제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공동기획:한국교육개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