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윤성로 4차위 위원장 "K-AI 잠재력 충분, 통신·의료·제조 등 집중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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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加, AI SW·알고리즘 선도국가로 꼽혀
응용시스템 분야선 韓 경쟁력 뒤처지지 않아
5G·6G로 갈수록 기지국 최적화에 AI 필수
의료 분야도 '맞춤형' 공략 땐 성장 가능성 커

[창간특집] 윤성로 4차위 위원장 "K-AI 잠재력 충분, 통신·의료·제조 등 집중 육성해야"

“우리 국민은 인공지능(AI)에 대한 친숙도가 높고, 세계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보유했습니다. 우리가 원래 잘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반도체,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합니다.”

윤성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전략 분야를 선택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우리나라 기업이 AI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며 “알고리즘 등 기초 분야에서 당장 세계적 수준을 갖추기는 어렵더라도, AI를 응용해 생산 공정을 효율화하고 상품 가치를 높이는 응용 실력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통신과 의료, 제조업 분야에 AI를 접목하면, 글로벌 시장에 'K-스탠더드'를 제시하며 주도권을 선점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 위원장은 국가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지휘 아래 AI 핵심자원인 데이터를 풍부하게 공급하면, 국가와 산업 경쟁력은 배가될 것으로 기대했다

세계적 권위의 인공지능(AI) 전문가인 윤 위원장은 정부의 디지털혁신 정책 전반을 심의조정하고, 국가 AI전략위원회 위상까지 부여된 4차위 수장을 맡은 지 7개월째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산업현장과 소통하며 체득한 디지털 혁신방향과 구상을 전자신문 창간 38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를 통해 가감 없이 드러냈다.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대담=김원배 통신방송과학부장

-한국의 AI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준비 수준은 어떠한가.

▲연구자로서 경험에 근거해 평가하자면, 세계 AI 학계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충분하다. 인구와 연구자 수로 밀어붙이는 미국과 중국을 이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일본이나 싱가포르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체감했다.

산업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 기업은 AI를 응용하는 데 능숙하지만,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AI 기업이 있다고 답하기 어렵다. AI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선도국가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정도다. AI 알고리즘 측면에선 어렵지만, 응용시스템 분야에선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AI 교육 수준과 문화는 어떠한가.

▲알파고 쇼크와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으로 인해 국민 전체로 보면 AI 친숙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좋은 환경과 ICT 인프라, 국민성, 글로벌 ICT기업 존재 등 AI를 받아들이기에 나쁘지 않은 환경이다. 규모를 바탕으로 앞서 나가고 있는 미·중과 비교하면 다소 밀리는 부분이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유리하고 잘하는 건 맞다고 본다.

하지만 교육체계와 관련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고등학교까지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공부한다. '오버(Over) 에듀케이션'이다. 정작 학원에서 배우다가 대학에 입학해 스스로 하는 길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코딩은 고교생부터 AI를 위한 기본 능력으로 연마해야 하는데, 국·영·수를 공부하느라 그럴 시간이 없다. 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미리 준비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고등학교까지는 조금 유연하게 하더라도, 대학에서 교육을 강화하도록 국가 차원의 혁신방안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코딩은 문법을 배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실제 AI, 컴퓨터와 관련해 업적을 내려면 AI라는 외국어로 시와 에세이를 써야 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

-한국 AI 연관 산업의 경쟁력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글로벌 ICT기업은 2015년부터 AI를 준비했다. 이제 LG화학, 현대차와 같은 기업이 AI에 관심을 기울인다. 5년 후에는 병원, 로펌까지 AI가 일반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기업은 AI 특성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다. AI 자체로는 돈을 벌기 쉽지 않다. AI만으로 돈을 버는 기업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극소수다.

AI는 범용기술이다. AI를 이용해 본업 자체를 더 잘하도록 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은 이걸 알고 있다. 반도체 산업과 같은 곳에서 AI를 적용해 불량률을 낮추고 수율을 1% 높이면, 수천억원 이익이 증가한다. 우리 기업은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I의 핵심은 데이터라고 한다. 빅데이터는 AI와 어떻게 연관되나.

▲AI만큼 중요한 키워드가 데이터다. AI는 195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됐다. 1980년대에도 AI 연구가 유행했다가 사그라들었다. 2005년을 전후로 다시 AI가 붐업이 되고 최근에는 산업계의 대세를 형성했다. 이는 데이터가 많이 모아지면서 힘을 받게 된 것이다. 2010년대 이후 빅데이터가 방대하게 구축되니, 데이터를 분석하는 AI도 진화하게 됐다. 데이터와 AI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AI 연구자는 곧 데이터 연구자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통과로 데이터 활용을 높일 여건이 갖춰졌다고 한다. 데이터3법으로 충분한가. 데이터를 잘 사용하는 국가가 되려면.

▲데이터 3법은 데이터 활용을 위한 출발점이다. 이제 시작이고, 민간과 소통해 보완하며 만들어 가야 한다. 가장 어려운 지점으로 부처 간에 데이터 활용에 대한 칸막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 쪽에선 중요하다고 하는데 다른 쪽에선 반대한다. 기업에서는 최고데이터책임자(CDO)가 최고경영자(CEO)의 위임을 받아 칸막이를 제고하고 데이터 활용을 기반으로 디지털 혁신을 전파한다.

대한민국에도 국가 CDO가 필요하다. 데이터의 속성은 양면적이다. 개방과 활용, 보급이라는 가치와 보호의 가치가 모순적으로 충돌한다. 내 데이터를 제공하긴 싫지만, 남의 데이터는 활용하고 싶어 한다. 데이터 3법 통과로 확대 출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활용과 보호라는 양면성을 고려했지만 부족하다. 데이터 활용정책 전반에 대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4차위가 국가 CDO 역할을 할수도 있을 것 같다.

▲국가 경쟁력을 위해 데이터 활용과 보호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유럽은 보호를 강화하고, 미국은 활용을 강화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아직 보호에 가깝다. 경제가치를 위해서는 안전한 활용이 필수이며, 이를 책임있게 주도할 직책이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 4차위의 장점은 범부처를 대상으로 대통령을 자문하며 심의·조정하는 것이다.

4차위는 브레인 역할이고, 실제 칸막이를 걷어내는 역할은 권한을 부여 받은 국가 CDO가 하는 것이 좋겠다. 실제 기업은 파워풀한 CDO를 만들어 부서 간 칸막이를 걷어내며 디지털혁신을 전파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AI, 빅데이터와 연계해 우리나라가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분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표방하는 'D-N-A(데이터-네트워크-AI)'라는 방향성을 제대로 잡았다. 네트워크에서는 5G를 잘하고 있는데, 5G·6G로 갈수록 AI가 중요해진다. 기지국 최적화를 위해 AI가 필수다. 5G에는 AI핵심 프로세서인 그래픽처리장치(GPU)도 탑재된다고 한다. 6G는 핵심이 위성까지 가게되면서 통신 최적화를 위해 AI가 더 많이 사용될 것이다. AI가 통신과 5G 분야에 내재화돼서 한국의 경쟁력을 배가한다.

의료 분야도 상당히 유망하다. 한국이 잘하는 게 인간중심이다. AI의 본질인 맞춤형 부분을 공략하면 고객마인드를 사로잡을 능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AI 주류에서는 어렵나.

AI 분야에서 한국은 하드웨어(HW)가 강점이다. AI 반도체 분야는 승부 걸어볼 만하다. 알파고와 대국 당시 이세돌이 커피 한잔 마시는 동안 구글은 수십개 클라우드 서버를 가동해야 했다. 지금 AI가 구현하는 방식이 수천억개 데이터를 한번에 저장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강점인 메모리 반도체와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이 강하다는 점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 기초에 AI를 접목해 생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AI, 데이터 발전을 위해 4차위 위원장으로서 소회와 각오는.

▲4차위 위원장과 공대 교수를 겸임한다. 전에 없는 걸 새롭게 만드는 게 엔지니어이자 혁신가의 역할이다. 7개월간 4차위에서 활동하다 보니 혁신 만큼이나 중요한 게 이해관계자를 만나며 조정하는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이었다. 전에 몰랐던 절반의 세계를 새롭게 본 셈이다. 혁신가와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을 조합, AI 격차를 비롯한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포스트 코로나시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윤성로 위원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텔 선임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와 서울대 인공지능연구원 기획부장으로 일했다.

윤 위원장은 AI·빅데이터 분야 최고 권위와 소통 능력을 겸비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지난 2월 4차위 위원장에 임명됐다. 정부부처, 기업, 대학 등 주요 혁신 주체와 소통을 강화하며 4차 산업혁명을 힘있게 추진할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정리=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