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메디톡스 '보톡스 분쟁' 새 국면…ITC "예비판결 재검토"

대웅제약 전경
대웅제약 전경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균주 분쟁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예비판결 일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대웅제약은 이번 재검토로 예비판결을 뒤집고 최종 결정에서 승소를 자신했지만 메디톡스는 통상적 절차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22일 미국 ITC는 지난 7월 내린 두 회사에 대한 예비판결과 관련해 대웅제약에서 이의 제기한 부분을 수용하고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미국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 비밀을 도용했다”고 예비판결했다. 나아가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현지 제품명 주보)의 10년간 수입금지를 결정했다.

대웅제약은 ITC 예비판결에 대해 “메디톡스의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한 추론에 기반한 오판”이라며 반박하고 이런 내용의 이의 신청서를 ITC에 제출한 바 있다.

메디톡스 제3공장 전경
메디톡스 제3공장 전경

이의 신청서에는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 여부는 물론 이 사안이 ITC 관할에 해당하는지, 미국 국내산업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담겼다.

대웅제약은 이의 신청에서 "외국 회사가 보유한 외국 영업비밀에 대한 분쟁은 ITC의 관할권을 넘어서는 것으로 행정판사는 본 사건에 대한 관할권을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또 보툴리눔 균주는 지금은 물론 과거에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영업비밀이 성립할 수 없다고도 의문을 제기했다.

ITC 위원회는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현지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의 이의제기를 수용한 데 따라 앞선 예비판결을 다시 들여다볼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ITC 위원회가 관할권, 국내산업 요건 등 법리적인 쟁점뿐만 아니라 균주와 제조공정의 도용에 대해서도 재검토 결정을 내린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잘못된 예비결정의 재검토에 대해 ITC가 동의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예비결정의 오류를 바로잡아 최종결정에서 반드시 승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메디톡스는 ITC 위원회가 예비판결에 대해 재검토를 하는 것은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절차라고 보고 있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ITC 위원회는 1명이라도 이의 제기를 받아주기로 결정하면 재검토를 하도록 한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ITC가 예비 판결의 일부를 재검토하는 것은 ITC 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절차일 뿐이고 이를 통해 예비 판결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과학적 근거와 증거들을 바탕으로 ITC 행정판사가 올바른 판결을 내린 만큼 ITC 위원회에서도 궁극적으로 예비판결 결과를 그대로 채택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2016년부터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과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나보타는 지난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으며,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제품이기도 하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쳐 갔다고 오랜 기간 주장해왔다. 국내외에서 민·형사소송을 제기하고 지난해 1월에는 ITC에 대웅제약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한 뒤 결과를 기다려왔다.

ITC 행정판사는 지난 7월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는 예비판결을 내렸으며, 이번 재검토를 거쳐 11월 6일(현지시간) 확정할 예정이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