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기운 빠진 배터리 데이...자율주행만 날았다

테슬라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흐름이 주춤했던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증시 개장 후 주가가 반짝 급등했다가 일제히 하락했다. 장 초반 대부분의 이차전지 종목이 강세를 보였으나 유럽의 코로나19 관련 경제 셧다운 여파로 전체 지수는 하락했다가 막판 소폭 반등했다. 이날 자율주행 테마주는 급등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23일 새벽에 열린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서는 테슬라와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간 협력 강화 필요성이 다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테슬라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고 용량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중장기 기술 방향을 제시했다. △셀 디자인 개선 △셀 공장 개선 △실리콘 음극재 △양극재와 공정 개선 △배터리 공정 통합을 중장기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3년 동안 배터리 원가를 56% 낮추고 2022년까지 100GWh, 2030년까지 3TWh 규모 생산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테슬라의 자체 배터리 개발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국내 이차전지 관련 기업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이번 행사에서 국내 기업 성장성을 저해하는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상승 여력은 확보됐다. 하지만 이날 주요 이차전지 기업 주가는 대부분 하락했다. 마이너스였던 지수가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주요 종목도 하락분을 어느 정도 상쇄하며 거래를 마쳤지만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특히 배터리 데이 행사 전 테슬라 주가가 5.60% 하락했고 행사 종료 후에는 시간 외 거래에서 -6.84%까지 기록하면서 국내 기업도 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행사 종료 후 주요 증권사들은 국내 배터리 3사와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대주전자재료, 이녹스, 나라엠앤디, 에코프로비엠, 동화기업, 천보, 나노신소재 등 주요 관련 기업을 추천주로 제시했다.

LG화학의 경우 이날 3.29% 상승 출발했으나 -5.48%까지 떨어지며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외인과 기관도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도 2.32%로 상승 출발했으나 얼마 가지 못하고 하락 전환했다. 삼성SDI도 2.24%로 상승 출발했다가 장중 5.94%까지 떨어졌다.

LG화학 분할 수혜주로 꼽힌 나인테크와 나라엠앤디도 이 날 주가 변동성이 컸다. 나인테크는 8.34%로 갭상승해 출발했지만 장중 2%대까지 빠졌다. 나라엠앤디도 12.50%로 갭상승했다가 장중 8%대까지 하락했다.

다른 이차전지 관련 기업 주가도 하락세였다. 대부분 2~3%대로 상승 출발했다가 장중 4~8%대까지 하락하며 높은 변동성을 기록했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 배터리 데이 핵심은 테슬라의 내재화 배터리가 국내 배터리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느냐인데 단기적으로는 가능성이 낮아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이차전지 기업에 대한 투자 포인트는 하이니켈 양극재, 고성능 전해액에 맞춰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결국 테슬라가 배터리 관리, 공정 자동화, 혁신성, 자금력 등을 바탕으로 배터리 원가 하락을 주도하는 모습”이라며 “테슬라의 중장기 성장성 면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하며 전기차 시장 확대 측면에서 선발 배터리 기업을 포함해 전기차 체인 전반에 걸쳐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관련 테마주 기업 주가는 이날 고공행진했다. 모트렉스와 모바일어플라이언스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하이비젼시스템, 텔레칩스 등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편 이날 증시는 코스피는 0.03% 오른 2332.24, 코스닥은 0.09% 오른 843.45로 장을 마쳤다. 장중 코스피는 -1.94%, 코스닥은 -2.47%까지 하락했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축소해 상승 마감했다.

표. 주요 이차전지·자율주행 관련 기업 23일 주가 추이

증시 기운 빠진 배터리 데이...자율주행만 날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