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가 후려치기' 한온시스템에 역대 최대 지급명령·과징금 부과

45개 하도급 업체의 납품대금을 80억원 가량 후려친 한온시스템이 부당하게 깎은 대금과 이자를 붙인 133억원을 돌려주고 115억원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번 지급명령과 과징금 규모는 하도급 대금 감액 행위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온시스템에 133억원 지급명령과 과징금 115억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공조시스템 분야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세계 2위의 자동차부품 제조사로 현대차 1차 협력사다. 지난해 매출 7조1000억원을 달성했다. 공정위는 한온시스템이 2015년 6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부품을 납품하는 45개 업체 납품대금 80억5000만원을 106회에 걸쳐 부당하게 깎았다고 판단했다.

이 회사는 매년 회사 차원의 원가절감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하도급 업체별 절감목표와 실적을 관리했다. 특히 2015년 하반기에는 '도전목표'라는 추가 절감목표를 세워 모든 협력사에 10% 추가 절감을 요구했다. 각 하도급 업체의 거래의존도와 영업이익률 등을 파악해 납품대금 감액을 요구했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발주물량을 줄이거나 거래처를 변경하겠다며 위협했다고 공정위는 파악했다.

공정위는 “감액 협상을 사실상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강압적으로 했다”며 “하도급 업체는 부당한 요구를 받으면서도 오히려 선처를 부탁하고 납품대금 감액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온시스템은 법 위반을 은폐하고 공정위 조사에 대비하기 위해 감액협상을 마무리하면 하도급 업체와 '감액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는 한온시스템이 기여해 하도급 업체 생산성이 향상됐고 원가절감 효과를 공유하기 위해 하도급 업체가 자발적으로 감액을 요청했다고 허위로 기재했다.

하도급법 제11조는 하도급 대금 감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원사업자가 감액의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만 감액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한온시스템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법 위반을 숨기기 위해 14건의 허위자료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부당하게 깎은 하도급 대금 80억5000만원에 지연이자(이자율 연 15.5%)를 더해 133억원 지급 명령을 내렸다. 법인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고 허위자료 제출 행위에 대해 과태료 2000만원도 부과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2019년 한온시스템 당기순이익이 3200억원이 넘는 등 지급명령을 불이행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조치로 대금 감액 행위 요건에 대한 입증 책임이 원사업자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하도급 대금을 감액해 지급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