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킥보드 허용 기준 지자체마다 제각각…구리시는 전면금지

공유킥보드 허용 기준 지자체마다 제각각…구리시는 전면금지

공유킥보드 서비스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전동킥보드 운영 관련 규정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달라 사업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대중교통 보완 차원에서 공유킥보드 도입을 장려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일부 지자체는 서비스 자체를 금하고 있다. 관련 법 제도가 미비해 사실상 지자체장 자의 판단에 따라 사업 운명이 좌우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가이드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 각 지자체가 공유킥보드 단속을 강화하면서 운영업체들이 지역에서 쫓겨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가장 강경하게 대응해 온 부산시를 비롯해 이달에는 세종시, 대구시, 구리시, 진주시 등도 인도 등지에 무단 배치된 킥보드를 노상 적치물로 간주하고 강력 단속을 예고했다. 다국적기업 A사는 최근 경기 성남시에서 아예 사업을 철수했다.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시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구리시는 공유킥보드 신규 사업 진출을 사실상 원천 봉쇄했다. 이달 구리 지역에 첫 진출한 B사는 사업 시작 사흘 만에 구리시로부터 운영하고 있는 300여대의 킥보드를 전량 회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개별 기기가 아닌 사업 운영 자체를 문제 삼은 사례다. 시는 자체 회수를 하지 않으면 시가 수거한 후 견인비 등을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B사는 단순 배치된 전동킥보드를 지자체가 강제 수거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강제 집행은 도로 통행을 방해해 즉각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한정되며, 대부분 지자체가 이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서 “구리시처럼 모든 킥보드를 단속하고 견인료를 물리면 사업자는 매번 1000만원 수준의 금전 피해가 발생,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구리시 관계자는 “구리시는 도로 폭이 좁고 자전거도로도 확충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전동킥보드 민원이 급증, 관련 법에 의거해 행정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공유킥보드와 지자체 간 갈등은 전동킥보드가 아직 명확한 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 전동휠 등을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오는 12월 시행된다. 또 해당 법은 운전자의 자격, 운행 가능한 도로에 관한 내용은 담았지만 현재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정차 관련 조항은 없다.

공유킥보드를 놓고 시각은 크게 갈린다. 저렴하고 편리한 근거리 이동 수단이며,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라는 인식이 있다. 다른 쪽에서는 사고 위험이 크고 도심 이동 차량과 도보 이용자에게 큰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 같은 갈등을 떠나 공유킥보드 기준이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것은 문제다. 규정이 지역마다 달라지면 서비스 사업자는 사업 볼륨을 키울 수 없다. 지역에 따라 이용자 효용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이날 16개 공유킥보드 업체와 이용 질서 확립 및 활성화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자체와 사업자가 전동킥보드 주차 불가 지역에 대해 구체적 사례를 들어 합리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취지다. 서울시 기준을 다른 지자체가 따를 법적 근거는 없다. 다만 서울시 사례가 잘 정착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공유킥보드 이용이 늘면서 수도권을 넘어 지역마다 주요 사업자의 진출도 함께 늘고 있다”면서 “서비스 초기 단계인 지금 킥보드 이용 기준과 사업자의 책임 소재 등은 지자체가 아니라 중앙 정부 차원에서 조율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