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학자]이원학 월드콥터코리아 대표 “헬기 공학특성 융합한 무인헬기 R&D 박차”

(주)월드콥터코리아 이원학 대표.
(주)월드콥터코리아 이원학 대표.

“드론산업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탑재능력과 비행시간을 향상시키는 것은 한계에 도달한 상황입니다. 헬리콥터 공학 특성을 융합해 구조적인 문제점을 극복하고, 대형드론(무인헬기)을 완성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지난해 5월 전남테크노파크에 입주해 헬기 원천설계기술로 무인헬기 R&D에 매진하고 있는 이원학 월드콥터코리아 대표(58)의 말이다. 이 대표는 지난 1981년 한국 민간인 최초로 비행기 제작과 경비행기 및 헬기를 개발한 항공분야 전문 엔지니어다. 비행기와 헬기 등 총 7차례에 걸쳐 자신만의 독창적인 모델로 설계·제작했다.

이 대표의 비행기·헬기 사랑은 10대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공을 가르는 항공기 등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꿈을 키워 인하대 항공공학과에 진학했다. 미친 듯이 항공 서적을 달달 외우고, 관련 기기 부속·부품을 수십여 차례 해체하고 조립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점차 키워 나갔다. 결실은 대학 1학년 끝 무렵 한국 민간인 최초 비행기 제작이라는 타이틀로 이어졌다. 이듬해엔 2호 비행기 제작까지 성공했다.

이 대표는 항공산업 후진국이던 한국에선 전문적이고 실용적 R&D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992년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시애틀 에버렛시립대 항공학과에 입학하면서 헬기의 새로운 매력에 빠져든다. 전쟁이나 무기 용도로만 여겼던 헬기 쓰임새가 향후 무궁무진한 이용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대학 졸업 후 헬리콥터 설계 사무소를 설립한다.

이 대표는 “항공기기 연구를 하면서 헬기가 군수용 물자보다 민간인들이 편리하고, 쉽게 이용 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했다”며 “자동차 엔진을 이용해 민간보급형 헬기를 만들어 창공에 띄운다는 생각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물론 꿈꾸던 퍼즐은 쉽게 맞춰지지 않았다. 이 대표가 구상한 헬기 프로젝트는 한국 국적자에게는 미국 정부지원금 혜택이 없어 고심 끝에 한국행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24년간 미국생활을 접고, 지난 2016년 귀국해 그간 익힌 항공기술 결실을 맺기 위해 본격적인 민간 헬기 제작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월드콥터코리아는 다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기역학과 구조역학 분야에 독창적 설계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경비행기와 소형헬기 전과정을 설계 제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현재 동남아·아프리카·남미 고산지대 등에 수출할 민간보급형 헬기를 제작 중”이라고 설명했다.

헬기 원천설계기술을 골자로 무인헬기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월드콥터코리아의 이원학 대표와 직원들이 무인헬기 엔진내구성 및 지상테스트를 하는 모습.
헬기 원천설계기술을 골자로 무인헬기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월드콥터코리아의 이원학 대표와 직원들이 무인헬기 엔진내구성 및 지상테스트를 하는 모습.

월드콥터코리아 무인헬기 프로젝트는 300kg 화물을 탑재하고 4시간 이상 비행과 150kg 영상장비로 24시간 비행 기록에 맞춰져 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와 승객을 태우는 미래 '에어택시'다. 한창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조종사 없이 4명이 탑승하거나 비슷한 무게 짐도 실을 수 있도록 설계해 해외 고산지대 국가 및 교통이 불편한 나라 등에 용이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내용으론 야간산불진화용이나 군수송 및 수색용, 산간도서지역 택배용 등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무인헬기는 자동차엔진을 사용하고 조종사도 필요 없는 시스템”이라며 “국내는 항공법 등 여러 법적 문제 및 상공 비행 규제가 많아 우선 수출 등 해외시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월드콥터코리아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총 8명이 근무하고 있다. 항공학도 3명·컴퓨터 공학 2명·자동차 공학 1명·산업공학 전공 이사 1명 등이다. 올해 3월 무인헬기 R&D를 시작해 3개월여 만인 지난 6월 기본설계를 마치고 실물모형과 실제크기 등의 상세설계 절차에 돌입했다. 제작비용을 마련키 위해 회사주식 10% 매도 조건으로 20억원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금이 마련되면 상세설계를 통한 시제품을 내년 말까지 제작하고, 시험비행 등을 거쳐 2022년 말께 양산할 계획이다.

이 대표가 추진한 무인헬기는 결코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로 묶인 항공법으로 관련 산업과 다양한 R&D이 더디게 진행된다. 이 대표는 항공기기 설계 등을 천직으로 여기고, 45년간 외길 인생을 살아왔다.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에 초저가 보급형 무인헬기 보급에 열정을 다한다는 각오다.

이 대표는 “헬리콥터 원천설계기술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한국사회는 아직 모르고 있다”며 “여러 법적규제 등으로 정체된 항공 등 헬기 산업이 상당히 아쉽지만, 선제적으로 수출길을 열고 난 뒤 항공법이 개정되면 국내 판매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순천=고광민기자 ef7998@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