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부장 '대도무문'

[기자수첩]소부장 '대도무문'

지난해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3대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를 주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건강 문제를 들어 8년 만에 사임했다. 국내 산업계는 자연스레 '포스트 아베'를 이끌 후임자에 주목했다. 차기 총리 정책 노선에 따라 양국 관계의 방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의원은 최근 스가 요시히데 자유민주당 총재를 제99대 총리로 선출했다. 아베 정권에서 관방장관을 지내면서 '아베의 입'으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양국 관계의 극적 개선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아베로부터 시작된 대 한국 수출 규제가 스가 정권에서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

최근 전자신문사 주최로 열린 '테크위크 2020 LIVE'에서 박동일 산업통상자원부 소부장협력국장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2.0'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박 국장은 이 자리에서 총리가 교체된 일본 정세와 별개로 소부장 자립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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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연·관은 지난 1년여 동안 일본 수출 규제 극복에 주력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개별 수출 허가 품목으로 지정된 △불산 △극자외선(EUV) 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공급 안정화는 물론 해외 소부장 기업을 국내에 유치, 공급망 다변화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소부장 산업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에 따른 글로벌 산업 침체, 미-중 무역 마찰에 따른 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소부장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첨단 기술 경쟁력의 선제 확보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는 '글로벌 소부장 강국으로의 도약'과 '첨단산업 세계공장화'를 양대 축으로 하여 '소부장 2.0'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 수출 규제를 비롯한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정도(正道)에는 거칠 것이 없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의지로 '소부장 자립'을 향해 정진해 나가기를 바란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