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 보건의료 데이터 '산업적 활용' 길 열려

복지부·개보위, 분야별 가이드라인 공개
신약·의료기기 등 연구개발 활성화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세부 지침을 담은 가이드라인에 산업 목적 연구를 위한 활용 가능성을 명시했다. 신약·의료기기·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R&D)에 가명 처리된 보건의료 데이터의 활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후속 조치로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최근 공개했다. 지난 2일 보호위에서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이후 분야별 가이드라인 공개는 처음이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27일 “보건의료 데이터가 의약품·의료기기 개발 등을 포함한 과학 연구에 안전하게 활용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면서 “가명 처리 방법과 절차를 구체화해서 제시했고,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취지에 따라 데이터의 사회 활용과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가 균형을 이루도록 제도 장치와 근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개인정보 처리자가 보건의료 데이터를 가명으로 처리해서 활용하려는 경우 목적과 적절한 가명 처리 방법 및 처리 환경에 대해 정보 주체를 대변하려는 자, 의료 분야 데이터 활용 전문가, 정보보호 또는 법률전문가 등 5명 이상으로 구성된 데이터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신질환, 성매개감염병,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희소질환, 학대·낙태 정보 등 재식별 시 개인 인권에 중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동의를 받아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가명 처리 과정에서 개인을 식별할 가능성이 짙은 보험가입자번호, 환자번호 등 식별자는 삭제하거나 일련번호로 대체하도록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언급된 과학 연구 정의에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R&D와 개선 등 산업 목적 연구를 포함한다고 명시하면서 제약사나 의료 인공지능(AI) 개발 기업이 가명 정보를 R&D에 활용하는 것이 좀 더 용이해졌다. 의료기관이 보유하는 환자 관련 기록 및 정보는 의료법을 따르고 인간 대상 연구는 생명윤리법을 따르도록 해 의료 관계법과의 정리도 이뤄졌다.

의료계는 산업 활용이 가능해진 점에 대해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모호하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부분이 남아 있어 개인정보 처리자의 부담이 강화될 수 있는 부분은 지적 대상이 되고 있다. 유전체 정보나 지문·홍채 등 생체 인식 정보의 경우 적절한 가명 처리 방법이 개발될 때까지 가명 처리 가능 여부를 유보하고 개인 동의를 받도록 제한하면서 현재 진행되는 연구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양광모 대한의료정보학회 정보윤리이사는 “심의위의 심의를 받아 가명정보를 활용하더라도 생명윤리법에 따라 연구의 취지와 방법 등에 대해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심의를 받도록 한 부분은 환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면서 “다만 과학 연구 여부 판단이나 가명정보 제공 여부 결정, 재식별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서면으로 권한을 명확히 하도록 하는 등 개인정보 처리자인 병원이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가 된 만큼 대형 제약사와 달리 신생 스타트업은 가명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