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리스크' 직면한 BOE…"애플 공급 절박할 것"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BOE의 플렉시블 OLED 핵심 고객사인 화웨이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제재로 스마트폰 시장 퇴출 위기에 몰려서다.

'화웨이 리스크' 직면한 BOE…"애플 공급 절박할 것"

◇BOE, 화웨이에 '올인'했다가 부메랑

BOE의 플렉시블 OLED 사업은 화웨이와 함께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BOE는 올 2분기 플렉시블 OLED 시장에서 24.4%를 점유해 업계 2위를 차지했다. 화웨이 고급형 스마트폰인 P40부터 아너, 노바 등 중저가 모델까지 BOE 플렉시블 OLED 패널이 채택된 효과다.

BOE 플렉시블 OLED 사업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는 게 업계 평가다. 6세대 플렉시블 OLED 공장인 B7에서 만들어지는 패널이 주로 화웨이에 납품되고 있다. 몐양 B11 팹에서도 플렉시블 OLED가 양산되지만 B11은 애플 공급을 목표로 건설돼 일부 소량이 생산, 공급되는 정도다.

BOE가 화웨이 공급을 우선했던 건 같은 자국 기업인 데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대까지, 글로벌 톱3 수준으로 늘어났다. 플렉시블 OLED 후발주자인 BOE 입장에서 동반 성장을 모색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가 화웨이인 셈이다.

그러나 '화웨이 우선 전략'은 부메랑이 됐다. 미국 제재로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만들지 못할 위기에 처해서다. 미국은 지난 15일부터 승인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반도체가 없으면 스마트폰은 제조가 불가능해 화웨이는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황이다.

궈 핑 화웨이 회장은 지난 23일 상하이에서 열린 행사에서 “지금은 생존이 목표”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비즈니스그룹 대표가 3월 플래그십 스마트폰 P40 시리즈와 스마트워치 등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화웨이>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비즈니스그룹 대표가 3월 플래그십 스마트폰 P40 시리즈와 스마트워치 등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화웨이>

◇삼성·애플이 필요하지만…

화웨이 충격파는 고스란히 BOE에 미치는 중이다. BOE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BOE가 화웨이에 올인했는데 미국 제재가 나오면서 다른 스마트폰 업체로 공급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화웨이를 대신할 거래처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연간 2억대 이상의 폰을 판매하는 곳은 세계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정도다. 화웨이 비중이 절대적인 BOE로서는 삼성전자나 애플과의 거래가 시급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BOE는 삼성전자에서 이미 고배를 마셨다. BOE는 삼성전자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1(가칭)' 납품을 시도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본지 2020년 7월 28일자 2면 참조>

애플과의 거래도 난항이다. 애플 전용 라인이 있는 B11은 안정화 부족으로 승인 받지 못했다. BOE는 대안으로 B7 활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7에서 패널과 터치를 만들고 모듈은 B11을 이용하는 방안이다.

화웨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BOE에 남은 선택지는 애플뿐이란 분석이 나온다. BOE가 애플 공급에 성공하게 되면 화웨이의 부족분을 채울 수 있다. 까다로운 애플의 눈높이를 충족할 경우 다른 거래처 확보에도 유리하다.
그러나 미중 갈등 속에서 애플이 BOE 패널을 선택할 지 여부는 미지수란 지적도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미·중 리스크 때문에 애플이 BOE 패널을 채택하는 건 힘들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2017년 BOE의 6세대 플렉시블 OLED 양산 기념 사진. 중국에서 6세대 플렉시블 OLED를 대량 생산한 건 BOE가 처음이다.<사진출처=OFweek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2017년 BOE의 6세대 플렉시블 OLED 양산 기념 사진. 중국에서 6세대 플렉시블 OLED를 대량 생산한 건 BOE가 처음이다.<사진출처=OFweek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