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차세대 반도체 선점" 기술경쟁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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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2029년까지 1조원 이상 투입
시스템 반도체 5대 전략분야 육성
日, 저전력 반도체 개발 목표로
민간기업·대학에 1000억 지원

'차세대 반도체 한-일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와 일본 정부가 잇달아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지원 정책을 내놓으며 주도권 경쟁에 가속이 붙었다. 한국 정부는 오는 2029년까지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해 1조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소재 기술력을 발판으로 저전력 반도체 개발에 집중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소비 전력이 적은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하는 민간기업과 대학을 위한 자금 지원에 나선다. 경산성은 내년도 해당 사업 예산안으로 약 21억3000만엔(약 237억원)을 상정하고, 5년 동안 지원한다. 매년 비슷한 예산을 투입한다고 가정하면 우리 돈으로 1000억원 이상을 쏟아붓는 셈이다. 경산성은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반도체용 소재 '산화갈륨'의 상용화를 추진하는 민간 기업 등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현지 언론은 “세계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대만 기업이 선도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경제 안보 관점에서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자율주행, 전기차 등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극한 환경에서 전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전력 반도체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갈륨나이트라이드(질화갈륨), 실리콘카바이드(탄화규소) 기반 전력 반도체가 차세대 품목으로 꼽힌다. 특히 산화갈륨 기반 반도체는 이른바 '차차세대' 고전력 품목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산화갈륨 분야 강자다. 지난 2010년대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연구에 뛰어든 이후 탄탄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자국 기업의 강점인 소재 개발을 중점 지원하고 소비전력을 최소화한 친환경 제품을 개발, 경쟁국을 뛰어넘겠다는 계산이다. 경산성은 2020년대 후반께 데이터센터, 가전, 자동차 등에 산화갈륨 기반 반도체를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실리콘 소재를 산화갈륨으로 대체하면 연간 144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도 산화갈륨 반도체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과제로 전기전자재료학회 산하 한국산화갈륨기술연구회가 설립되면서 독자 기술 개발이 시작됐다. 올해는 문재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을 총괄 책임으로 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제가 시작됐다.

업계 전문가는 “일본이 한국을 포함한 경쟁국보다 산화갈륨 관련 기술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다른 소재에 비해 반도체 제조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 다양한 응용처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물론 미국, 중국, 대만 등 주요 국가의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 기술 확보 경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 개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와 과기부는 최근 반도체 신시장을 선도할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45개 산·학·연 협력 과제를 선정했다. 오는 2029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해 미래차, 사물인터넷(IoT) 가전, 바이오, 로봇, 공공 등 5대 전략 분야에 필요한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