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 국산화 계속된다"…이엔에프, 불산 자체 생산 추진

일본이 한국 수출을 제한한 반도체 소재가 또 국산화된다. 불산이 대상이고, 주인공은 이엔에프테크놀로지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 기흥 본사 전경<사진=이엔에프테크놀로지 홈페이지>
이엔에프테크놀로지 기흥 본사 전경<사진=이엔에프테크놀로지 홈페이지>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최근 공시를 통해 반도체용 불산 제조 설비에 348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2022년 4월 30일까지 충남 천안에 위치한 공장 내 설비를 갖출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불산을 만드는 건 처음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일본 모리타화학에서 불산을 수입해왔다. 이엔에프는 모리타 불산으로 반도체 공정용 식각액(BOE)을 만들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했다.

식각은 반도체 회로 패턴 중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작업을 뜻한다. 불산은 금이나 백금을 제외한 금속 대부분을 녹일 정도로 부식성이 강해 식각 공정의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 프로세스케미컬 제품<사진=이엔에프테크놀로지 홈페이지>
이엔에프테크놀로지 프로세스케미컬 제품<사진=이엔에프테크놀로지 홈페이지>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불산 자체 제조에 나서는 건 일본 수출규제가 발단이 됐다. 불산이 수출규제 대상에 오르면서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회사는 대만이나 중국 등 다른 해외 불산으로 수입 다변화를 했다.

일본 불산보다 품질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기술력과 발 빠른 대처로 반도체 양산 적용에 성공했다. 지난해 갑작스런 일본 수출규제에도 국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다.

단기 대처에 성공했지만 보다 안정된 반도체 소재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망 재편을 추진, 자체 생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 수출규제 후 공급망 강화를 강력 추진했다. 소재는 물론 소재를 구성하는 원재료까지 일본이나 중국 등 단일 지역에서 생산될 경우 구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공급망 재편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주력 팹이 위치한 한국 내 생산을 최우선으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세계 1, 2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과 하이닉스의 이런 방침은 업계 큰 파장을 낳았다. 미국 듀폰이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PR)를 한국서 생산하겠다고 결정했고 일본 TOK도 EUV PR 생산을 인천 송도로 이전하는 등 한국 내 투자와 진출을 촉발시켰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불산 자체 생산도 이 같은 변화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이엔에프와 동종 업체인 솔브레인은 앞선 국산화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솔브레인은 일본 스텔라케미파에서 수입하던 비중이 컸지만 수출규제 이후 공급망 안정화가 화두가 되면서 자체 생산 비중이 역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산 국산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급 다변화와 안정화 차원에서 일본산 제품도 지속 사용이 예상된다. 그러나 그 비중은 현격히 낮아질 전망이다. 변화는 이미 실적에서 확인되고 있다. 모리타가 일본 관보에 공개한 실적(2019년 7월∼2020년 6월)에 따르면 순이익이 약 7867만엔(약 8억6000만원)으로 전년보다 9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 전(2018년 7월∼2019년 6월)에는 순이익이 약 8억164만엔(약 88억7천만원)이었는데 1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월 솔브레인 공장을 방문해 불산 공급 현황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산업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월 솔브레인 공장을 방문해 불산 공급 현황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산업부>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