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기술원, 청각보조기기용 필터뱅크 국산화

다양한 난청 환자 개인 맞춤형 청력 보조기기 개발 기여

국내 연구진이 배터리 소모량은 줄이면서 청력 손실을 더 세밀하게 보정할 수 있는 청각 보조기기용 필터뱅크를 개발했다. 다양한 난청 환자의 개인 맞춤형 청력 보조기기 개발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광기술원(신용진 원장)은 김선만 공간광정보연구센터(센터장 이광훈) 박사팀이 청각기기의 청력 보조와 증강 기능 구현에 필요한 필터뱅크를 구현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필터뱅크는 신호를 여러 개 주파수 대역으로 분할하고 출력하는 필터를 모아놓은 것이다. 청각기기로 입력되는 소리 신호는 필터뱅크를 통해 여러 개 주파수 대역에 해당하는 소리 신호로 분리된다. 다양한 난청 환자의 특성을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으로 청력을 보조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광기술원 공간광정보연구센터 김선만 박사팀이 개발한 48채널 필터뱅크 처리 결과 예시.
한국광기술원 공간광정보연구센터 김선만 박사팀이 개발한 48채널 필터뱅크 처리 결과 예시.

연구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 '실시간 잡음음성 어음인지도 예측에 따른 심층신경망 잡음처리에 기반을 둔 보청기 어음인지도 향상 시스템 개발' 일환으로 국내 최초로 단 한 번의 주파수 분석으로 입력된 소리 신호를 각기 다른 48개 채널로 분리하는 동시에 신호가 지연되는 정도가 작아 소리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필터뱅크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필터뱅크는 최소한의 필터를 사용해 대역폭이 많은 소리를 세밀하게 조절함으로써 보청기 등 청력 보조기기 배터리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 주파수 대역별로 청력 손실 보정을 다르게 할 수 있어 난청 환자별 맞춤형 청력 보조기기 사용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필터뱅크가 분리할 수 있는 주파수 채널이 많을수록 청력 손실에 대한 보정은 정확해지는 반면 배터리 소모가 커지고 신호 처리 시간 또한 지연된다. 이 때문에 소리가 왜곡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글로벌 청력보조기기 기업인 독일 시그니아, 미국 스타키 등은 24채널 이상의 프리미엄급과 함께 48채널 제품을 출시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핵심기술이 없어 해외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연구팀은 시간·장소에 따라 실시간 변하는 주변 음향 환경에 대한 최적의 필터뱅크 채널 수를 제공하기 위한 차세대 채널 수 가변형 필터뱅크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필터뱅크 국산화로 웨어러블 청각 보조기기 상용화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 시장 창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광훈 한국광기술원 공간광정보연구센터장은 “필터뱅크 국산화를 계기로 세계 수준의 청력 보조 기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국내 청각 보조기기 분야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기업지원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