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 21년 VS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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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핫이슈] 21년 VS 5일

숙성의 미학으로 불리는 위스키 산업에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도전장을 던졌다. 무기는 숙성 기간이다. 단 5일 만에 제조를 끝낸다.

화제의 기업은 '비스포큰 스피리츠'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비스포큰 스피리츠는 재료과학자 마틴 야누섹과 기업가 스튜 애런이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초단기 숙성 위스키를 출시, 주류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가격도 350M 용량에 35달러로, 기존 위스키 대비 저렴한 편이다.

정통 위스키는 곡물을 발효, 증류해 얻은 알코올을 오크통에 넣어 수년간 숙성해 제조한다. 와인 제조에 쓰인 것을 비롯해 다양한 오크통을 사용, 다양한 풍미를 만들어 낸다. 스카치위스키는 통상 3년 이상 숙성을 거쳐야 제품으로 인정받는다. 법으로 기준을 제정,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한다.

원재료가 알코올인 만큼 증발량이 상당하다. 보통 1년에 3% 증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증발하는 분량을 '엔젤스 쉐어'라고 칭한다. 30년 숙성 위스키는 원액 대부분을 천사의 몫으로 잃는다. 위스키 숙성 기간이 길수록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스키는 같은 조건에서 제조해도 통마다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마스터블렌더가 이를 균일하게 맞추는 데 이런 관리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비스포큰 스피리츠는 이런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했다. 나무 성분이 수십 년간 천천히 배어 나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무조각에서 위스키 풍미를 결정하는 성분을 추출하고, 이를 알코올에 섞어 위스키 맛과 향을 만든다. 정통 위스키가 오크통의 성분을 천천히 우려냈다면 비스포큰 스피리츠는 엑기스를 추출해 바로 섞는 방식이다.

비스포큰 스피리츠를 바라보는 정통 위스키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스카치위스키 협회는 성명을 통해 “제대로 된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위스키'란 이름을 써서는 안 된다”고 아예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맛은 어떨까. 미국 매체 등에 따르면 전문가를 대상으로 기존 21년 숙성 위스키와 비스포큰 스피리츠를 블라인드테스트 한 결과 평가 점수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오는 소비자 평가는 그리 좋지 못하다. 유튜브, 위스키 평가 사이트 등에선 “풍미가 기존 위스키에 미치지 못한다”, “앞으로 구매하지 않을 것 같다” 등 야박한 평가가 우세하다. 위스키 브랜드의 스토리와 전통 제조 방식을 선호하는 애호가가 많다는 점에서 비스포큰 스피리츠가 단번에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럼에도 비스포큰 스피리츠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위스키 향과 맛을 내는 배합 기술이 발전할수록 고숙성 위스키의 맛과 향을 재현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비스포큰 스피리츠를 바라보는 위스키업계의 불편한 시선속엔 일말의 불안감이 자리하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기술은 혁신과 전통간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까. 비스포큰 스피리츠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위스키 시장은 어떻게 변화 할까.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