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생 없다면 공멸

[기자수첩]상생 없다면 공멸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한 올해도 자동차업계는 노사 분쟁이 한창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는 기본급 인상을 포함한 요구안을 굽히지 않고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사측은 성과급 지급 수준에서 매듭지으려 하지만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보다 앞서 코로나19와 회사 재무 상황을 고려해 일찍이 임금 동결을 결정하고 임금 협상, 단체 교섭을 마무리한 현대자동차 및 쌍용자동차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노사 갈등은 더 심해질 수 있다.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은 최근 잇달아 쟁의권을 확보했다. 합법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강력한 압박 카드를 확보한 셈이다.

노조는 태생상 직원들을 대변해서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확대를 주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임단협에서도 회사 경영 상황은 고려해야 한다.

올해 국내 완성차업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다. 9월 판매량이 전년 같은 달보다 늘었다지만 상반기부터 이어진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다. 국내 완성차 5사의 국내외 판매량은 9월 누적 기준 490만3445대로, 전년 같은 달 대비 15.7%(91만213대) 줄었다.

현대·기아차도 2분기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현대차 노조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 임금 동결에 동의했다. 회사 존립을 위해 코로나19 위기 타개가 1순위라며 회사와 노조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회사도 성과급 150%,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50만원 등으로 직원들을 달랬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회사 상황이 더 좋지 않다. 한국지엠은 올해 초 '트레일블레이저'를 내놓으며 분위기가 좋았지만 부품 수급 문제로 미국 수출이 예상보다 더뎠다. 6년 연속 적자 속에 올해도 흑자 전환은 어려운 상황이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3월 닛산 로그 생산의 위탁생산 중단으로 수출 물량이 급감했다. 사측이 간신히 르노그룹으로부터 XM3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했지만 내년 수출이어서 올해는 보릿고개를 넘어야 한다.

현재의 위기가 노조나 경영진 일방의 책임은 아니다. 단지 위기를 넘어서려면 모두가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

더군다나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은 한국 기업이 아니다. 모그룹이 경영 악화를 핑계로 한국 철수를 결정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합리 수준에서 노사가 상생의 길을 찾길 바란다. 상생이 없다면 공멸뿐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