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소송전과 별개"…LG화학, SK이노베이션 분리막 쓴다

LG화학 오창공장 배터리셀 검사 모습.
LG화학 오창공장 배터리셀 검사 모습.

LG화학이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에 공급한 배터리에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의 초박막 분리막을 탑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에도 불구하고 SK의 분리막을 채택한 셈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가 생산하는 9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분리막은 현재 상용화된 분리막 가운데 가장 얇아 배터리 밀도를 높이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에 폭스바겐 전기차에 탑재를 위해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을 주문했다. 분리막은 배터리 양극과 음극의 물리적 접촉을 막아 화재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SKIET 분리막은 두께 9㎛로 폭스바겐 유럽발 내수용 전기차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SKIET 분리막은 습식 제조 방식의 분리막이다. 습식은 화학 소재와 용제를 섞어 고온에서 용해해 필름으로 만든 후 다시 용매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필름에 기공을 형성시킨다. 제조 공정이 복잡하지만 건식에 비해 품질과 강도가 우수해 세계 분리막 시장의 7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SK 분리막이 얇은 두께로 배터리 밀도를 높일 수 있어 SKIET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증평공장 LIBS(리튬이온전지분리막) 생산 모습.
SK이노베이션 증평공장 LIBS(리튬이온전지분리막) 생산 모습.

업계 관계자는 “9㎛ 초박막 분리막 공급 업체는 많지 않다”며 “한국, 중국, 일본 업체를 비롯해 총 4곳으로 국내 업체 가운데서는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게 9㎛ 분리막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일본 도레이의 분리막을 주로 사용하는데, 공급 단가를 낮추기 위해 공급 업체를 확대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SKIET의 분리막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폭스바겐 외에도 분리막 공급을 위한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배터리 영업비밀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배터리 사업과 소송은 별개 문제로 최근 협력을 다시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