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안 스타트업과 '황금알 낳는 거위'

[기자수첩]보안 스타트업과 '황금알 낳는 거위'

정태준 클라우드브릭 대표는 1983년생이다. 펜타시큐리티시스템이 첫 직장이다. 2009년 사원으로 입사한 뒤 2014년 사내 벤처팀을 꾸렸다. 2015년 클라우드 보안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2017년 분사했다. 10년도 안 돼 사원에서 대표가 됐다. 클라우드브릭은 세계 18개국 28개 리전(복수 데이터센터)을 보유한 클라우드 웹방화벽 회사로 성장했다. 이용자는 세계 53개국 1만3000명에 달한다. 창립 4년 만에 이룬 성과다. 정 대표는 하드웨어(HW) 보안 장비를 만드는 회사에서 클라우드 웹방화벽 시대를 예견하고 사업을 구상했다.

실제로 클라우드 보안서비스는 대세로 부상했다. 디지털과 클라우드 전환이 빨라질수록 클라우드 보안 서비스 성장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몰리면서 클라우드 보안 중요성도 부각되는 중이다. 클라우드브릭은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수요가 폭증하면서 날개를 펼쳤다. 인력은 약 30명까지 늘었다. 매년 두 배씩 커져 온 매출은 내년 세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브릭 같은 스타트업은 정 대표의 선견지명과 함께 펜타시큐리티시스템의 결단이 주효했다. 펜타시큐리티시스템은 클라우드브릭 외에 아우토크립트라는 자동차 보안 스타트업도 배출했다. 아우토크립트는 지난해 TU-오토모티브 어워드에서 '최고 자동차 사이버 보안 제품'에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 각광받는다.

한국이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자동차보안 스타트업과 클라우드보안 스타트업을 보유할 수 있었던 건 모기업인 펜타시큐리티시스템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감수할 만한 자본은 물론이고 사내 구성원 의견을 경청하고 신뢰하는 문화도 바탕이 됐을 것이다. 믿고 투자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보안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정부 사업도 같기를 바란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단기성 지원 사업으로는 나오기 어렵다. 정부가 할 일은 탄탄한 모기업이 없는 작은 보안 스타트업에 귀 기울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키워볼 수 있는 '기댈 곳'이 돼주는 것이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