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인미디어]국제사회 우주군 창설 붐…예산 낭비·쓰레기 양산 우려

영화 스페이스 포스 포스터
영화 스페이스 포스 포스터

마크 네어드는 공군 조종사 출신 장군이다. F로 시작하는 전투기는 모두 조종했다. 보스니아 내전에서는 전투기 추락으로 조난당해 6일간 벌레를 먹으며 생존했다. 산전수전을 겪은 네어드는 꿈에 그리던 4성 장군, 대장 진급에 성공한다. 공군참모총장같은 멋진 직책을 기대했지만, 그에게 부여된 임무는 신설된 '우주군 참모총장'이라는 생소한 직책이다.

지휘력을 발휘해 우주군에서 성과를 내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우주군은 거창한 명칭과 달리 '허당'으로 묘사된다. 과학자에게는 군대가 아니라 또 다른 항공우주국(NASA) 정도로 취급되고 군대와 정부에서는 무시당하기 일쑤다. 우주에서 뭔가 해보려는 실험은 매번 실패로 끝나고 국회에서는 존재 이유에 대한 의심을 받는다.

미국 드라마 '스페이스 포스'의 우주군은 코믹하게 그려진다. 세계 연합정부가 외계 행성과 우주 패권전쟁에 나서면서 투입하는 일반적인 공상과학(SF) 영화의 우주군 이미지와 달리, 드라마 속 우주군 관계자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 미국에서는 실제 우주군의 현실을 풍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주군은 우주에서 일체 군사활동을 조정하기 위해 중추기구로서 창설한 통합군으로 정의된다. 우주 공간에서 군사장비를 동원해 전투 작전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국제 사회에서는 초기 우주패권 경쟁이 가시화된다. 미국은 지난해 말 공군우주사령부(AFSPC)에서 우주군을 독립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실제 대장급 우주군 참모총장이 신설됐고, 1만여명 병력 가운데 일부는 실제 우주로 보내질 예정이다.

러시아는 2015년 공군 명칭 자체를 항공우주군으로 변경했다. 1960년대 창설한 미사일-우주방어사령부 중심으로 우주개척과 작전을 수행했지만, 소련 붕괴 등 체제변화로 명맥을 유지하다가 다시 작전 개념을 우주로 확장하는 개념으로 공군과 흡수 통합했다.

중국은 독자 우주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를 운영 중이다. 중국의 우주군 운영실태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톈궁 우주정거장 발사 등 기술력이 대부분 군사 분야에 투입될 정도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관측이다.

우리나라는 우주군을 향한 첫발을 내딛은 것으로 평가된다. 공군은 우주정보상황실을 운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우주전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2030년에는 방공 개념을 확장한 항공우주통제사령부를 창설할 계획이다.

우주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레이다 등 전파기술을 활용한 지상 감시와 미사일 격추 등을 위해 필수라는 의견과 기술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 낭비라는 의견이 충돌한다. 우주에서 과도한 군사활동 경쟁은 우주 쓰레기를 양산하고, 건전한 우주개발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안보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사회와 경제를 이롭게 하는 개발과 도전이 지속되는 게 중요하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