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테크핀 '적과의 동침'...핀테크 랩 협의체 결성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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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입주 기업 네트워크 공유
해외시장 선점 위한 개방형 모색
미래기술 표준화 주도 핵심 역할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전통 금융권과 테크핀 기업이 각각 배타적으로 육성해 왔던 핀테크 랩이 이른바 '적과의 동침'을 시도한다. 시중 은행과 한국 빅테크가 지원하는 핀테크 랩 간 기술교류와 상용화를 담당할 실무 소통 협의체 결성이 추진된다.

그 동안 따로국밥으로 운영되던 육성 핀테크 랩의 폐쇄형 체질이 생존과 해외시장 선점을 위한 개방형으로 개선될 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핀테크 육성 랩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빅테크 기업 핀테크 랩이 연합해 실무 협의체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중 핀테크 랩은 기술 유망기업을 입주시켜 직접투자하거나 유니콘 육성 지원에 드라이브를 거는 형태다. 한 랩에 소속된 스타트업은 사실상 다른 금융사, 빅테크와 사업을 할 수 없는 폐쇄형 구조다. 해당 기관 소속으로 구분돼 타금융사나 기업과 사업을 진행하거나 비즈니스를 펼칠 수 없었다.

시중 금융사와 일부 대형 빅테크 기업이 이 같은 비효율을 없애고 랩이 보유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장벽 없이 호환,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실무진 소통창구를 신설하자는 취지다.

내달 실무 협의체 발족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소통 창구는 순수 기술 융합과 성역 없는 사업 컬래버를 위해 임원급이 아닌 핀테크 랩 실무진이 대거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첫 라운드 테이블 개최를 위한 협의가 현재 진행 중이고, 시중은행에 이어 빅테크 기업 참여도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핀테크 랩간 소통 창구가 신설되면 4차 유망기술을 대거 보유한 기업 간 협력사업은 물론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핀테크 등 미래 기술 표준화를 주도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산발적으로 추진됐던 핀테크 랩 기술과 입주 기업 네트워크를 공유해 해외 시장 개척은 물론 한국만의 차별화된 핀테크 서비스를 만드는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국내 유망 핀테크 랩과 공동으로 실무자 의견 교류와 유망 기업 기술 교류 등을 위해 다각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지금까지 핀테크 랩간 교류가 적어 힘을 모으는데 상당 기관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협의체는 랩 산하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공유하고, 금융사나 빅테크 장벽을 허물어 윈윈할 수 있는 융합 사업도 전개한다.

또 다른 랩 관계자는 “그간 금융사가 경쟁적으로 핀테크 육성 랩을 신설, 지원하다보니 이중투자는 물론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협의체가 신설되면 예를 들어 A은행이 육성하는 기업 기술을 B은행이 차용해 쓸 수 있고, 빅테크가 보유한 우수 기술도 금융사 기술과 융합해 또다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실무 협의체를 준비하면서 은행간 폐쇄적 사업 구조가 허물어지는 사례가 생겨났다. 한국성장금융이 추진 중인 핀테크혁신 펀드 직접 투자를 받은 유망 스타트업 기술을 컬래버하거나 기술을 여러곳이 공유, 개발하는 개방형 사업구조 모델이 출현했다.

프로세스마이닝 솔루션 개발기업 퍼즐데이터는 신한 퓨처스랩 기업으로 선정됐지만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핀테크 랩 보육기업으로 선정, 연계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이콘루프 DID사업도 출발은 신한은행과 했지만 기업은행 등 또 다른 기관과 헬스케어 등 추가 사업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 그 외에 에이젠글로벌, 뮤직카우, 파운트, 한국어음중계 등도 여러곳의 대형 금융사와 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 관계자는 “이제 우리나라도 4차 미래 산업 기술력 선점을 위해 기술과 미래 투자 전담인 핀테크 랩간 협력진영을 꾸려 국내는 물론 해외 무대에 동반진출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