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 또 연기…"대화 창구는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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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C, 12월 10일로 또 다시 미뤄
대선·대규모 투자 코로나19 복합작용
업계 “양사 합의 도출 신호 보낸 것” 분석

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 또 연기…"대화 창구는 열려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이 12월로 또 다시 연기됐다. 두 번째 판결 연기지만, ITC는 명확한 연기 사유를 밝히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양사 모두 현지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ITC가 판단 자체를 미뤘다는 주장이 나온다. 양사는 판결 연기와 별개로 합의를 위한 대화를 병행해 나간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 ITC는 26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결정을 12월 10일로 연기했다. ITC는 당초 지난 5일 예정됐던 판결을 이날로 한차례 미룬데 이어 또 다시 연기했다. 하지만 배경이나 사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양측은 ITC 연기 사유를 두고 해석 자체를 달리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이번 사건의 쟁점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판결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ITC가 두 차례 판결 연기 모두 사유를 설명하지 않은 점을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재판 일정이 순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많게는 네 차례 연기된 사례도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성명이다.

LG화학 미국 변호인은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조기 패소 판결) 자체가 뒤집힌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 본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소송은 LG화학이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직원 채용 과정에서 배터리 핵심 소재 레시피 등 수주와 직결된 영업비밀을 가져갔다고 주장하면서 발생했다.

ITC는 예비 판정에서 SK이노베이션 조기 패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가 아닌 증거 인멸 혐의의 조기 패소 판정이었다고 주장한다.


업계는 ITC 예비 판정이 한 번도 뒤집힌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LG화학의 승소를 유력하게 점쳤다. 이런 가운데 ITC의 두 차례 판결 연기 배경으로 미국 대선과 큰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속한 공화당 우세 지역인 조지아주에서 SK이노베이션은 50억 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일자리만 수천여개에 달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와 관련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일자리 6000여개를 만드는 50억달러 규모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밝힌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우선 25억달러를 투자해 조지아주에 1·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3·4공장 선제 투자 계획도 밝혔다. 이는 '선수주 후증설' 전략이 아닌 투자를 먼저 강행하고 배터리 수주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조지아주의 고용 창출을 반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배터리, 소재 공급뿐 아니라 공장 운영도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LG화학도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오하이주에 3조원 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고, 추가 투자도 계획 중이어서 ITC가 한쪽 기업의 손을 들어 주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ITC가 사실상 판결 자체를 유보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양사가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시그널을 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사실상 ITC는 판정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한국 기업간 분쟁은 양쪽이 해결하라는 신호로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양측은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LG화학은 “경쟁사가 진정성을 갖고 소송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