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 신경퇴행 경로 발견...치매 치료법 개발 단초

한국뇌연구원(KBRI·원장 서판길)은 김형준 박사 연구팀, 이성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치매와 루게릭병 발병의 주요 원인 단백질 'TDP-43' 응집 시 신경교세포 활성을 통해 신경세포 사멸이 유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신경퇴행 경로를 발견한 한국뇌연구원 연구팀. 왼쪽부터 김세연 제1저자, 김형준 교신저자, 이신려 제1저자.
신경퇴행 경로를 발견한 한국뇌연구원 연구팀. 왼쪽부터 김세연 제1저자, 김형준 교신저자, 이신려 제1저자.

신경계를 구성하는 뇌세포 중 신경세포는 받아들인 정보를 전기, 화학적 자극을 통해 다른 신경세포에 신호를 전달하지만, 신경교세포는 신경계가 유지될 수 있는 환경 조성 역할을 한다. 신경세포 내 TDP-43의 비정상적 응집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유발하지만 신경교세포에서 TDP-43의 비정상적 응집 시 발생하는 현상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신경세포가 아닌 신경교세포에서 TDP-43의 비정상적 응집 현상이 나타나면 NF-κB를 통해 신경염증 인자들 발현이 증가하고 주변 신경세포 사멸이 유발되는 것을 증명했다. 신경세포와 신경교세포의 공동배양 실험을 통해 신경교세포에서 TDP-43이 증가하면 공동 배양된 신경세포 퇴행이 일어남을 확인했다. 신경세포의 퇴행은 치매, 루게릭병 등 주요 뇌질환이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또 신경교세포에 신경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인자인 'PTP1B'를 억제함으로써 이러한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하는 신경 독성이 감소하고, 퇴행 현상이 억제됨을 입증했다. 이는 초파리 모델에서도 PTP1B 억제에 의한 운동능력 및 수명연장 효과를 확인했다.

김형준 박사는 “신경염증에 의해 나타나는 신경세포 사멸의 새로운 기전을 발굴하는 계기가 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치매와 루게릭병 등 퇴행성 뇌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육성R&D사업 지원을 통해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신경 면역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 신경염증저널(Journal of Neuroinflammation)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