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위 전쟁터를 누비는 톱 프로골퍼의 장비는 무엇일까.

프로골프 선수에게 필드는 삶의 현장을 넘어선 치열한 전쟁터와 같다.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 선수들은 쓸쓸히 필드를 떠난다. 그래서 선수에게 있어 사용할 '무기'는 생존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를 들고 전쟁터에 나선 군인의 최후는 뻔하다. 필드 위 전쟁터에서 화끈한 화력을 뽐낸 선수들은 어떤 장비를 선택했을까.

25일 이원준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비즈플레이-전자신문 오픈'에서는 선수들 경쟁만큼 용품 메이커 간 경쟁도 뜨거웠다. 프로골프대회가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기 때문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레이스를 통해 기술력은 물론 차량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비즈플레이-전자신문 오픈에서는 타이틀리스트가 웃었다. 대회 초대 챔피언의 영광을 차지한 이원준을 비롯해 홍순상과 엄재웅, 권성열 등 4명이 TSi 드라이버를 시작으로 대부분 장비를 타이틀리스트로 '깔맞춤'한 채 경기에 나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캘러웨이 역시 3위를 차지한 허인회를 비롯해 총 4명이 '톱10'에 올랐지만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선수들의 골프백을 들여다봤을 때 타 메이커 제품 비중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허인회와 문도엽은 드라이버와 우드, 하이브리드는 매버릭을 썼지만 웨지와 볼은 타이틀리스트에 의존했다. 반면 타이틀리스트의 경우 이원준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드라이버부터 퍼터, 볼까지 모두 타이틀리스트 제품으로 골프백을 채웠다.

메이커는 선수와 용품 사용계약을 맺을 때 선수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다. 한 선수는 “계약을 하더라도 메이커가 풀 라인업을 강요하지 않는다”며 “퍼터를 포함해 한 두 개 정도는 허용해준다”고 말했다. 특히 어느정도 성적이나 이름값이 있다면 선수의 의사대로 할 수 있다. 결국 대회 때 사용하는 용품은 선수가 가장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테일러메이드는 우드 카테고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회 '톱10'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버와 페어웨이우드를 쓴 선수는 김승혁과 문경준뿐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김승혁과 문경준은 SIM 드라이버와 M6 우드 등을 들고 대회에 나섰지만 아이언부터 웨지, 퍼터 등은 모두 다른 브랜드 제품으로 채워졌다. 김승혁은 캘러웨이 아펙스 프로 아이언을 들고 대회에 나왔고 문경준은 미즈노 JPX-919 아이언으로 경기를 치렀다.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골퍼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메이커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프로골프 무대는 더 이상 선수만의 경기장이 아니다. 메이커들의 치열한 순위 다툼도 보이지 않게 뜨겁다.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장비의 성능을 증명하는 데이터로 쌓이고 그들의 경기력은 메이커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다. 광고에서 흔히 말하는 '폭발적인 비거리, 정확한 방향성'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승자가 누구인지, 누가 얼마의 상금을 벌어들였는지만큼 그 선수가 어떤 장비로 코스를 어떻게 정복해 가는지를 지켜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드라이버는 뭐가 좋아?' 같은 정답 없는 질문을 더 할 필요도 없고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도 없다. 최상위 선수들의 골프백에 해답이 담겨있다.

[표]비즈플레이-전자신문 오픈 '톱3' 사용 장비

이원준(우승, 14언더파)

드라이버타이틀리스트 TSi3

페어웨이우드타이틀리스트 TSi3

하이브리드타이틀리스트 U500

아이언타이틀리스트 620MB

웨지타이틀리스트 SM8 보키 디자인

퍼터타이틀리스트 GSS

김승혁(2위, 11언더파)

드라이버테일러메이드 SIM

페어웨이우드테일러메이드 SIM

하이브리드테일러메이드 SIM MAX

아이언캘러웨이 16 APEX PRO

웨지타이틀리스트 SM8 보키 디자인

퍼터타이틀리스트 350 GSS

허인회(3위, 8언더파)

드라이버캘러웨이 MAVRIK SUBZERO

페어웨이우드캘러웨이 MAVRIK SUBZERO

하이브리드캘러웨이 MAVRIK PRO

아이언스릭슨 Z-545

웨지타이틀리스트 SM8 보키 디자인

퍼터캘러웨이 WHITE HOT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