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37>핀란드의 창업생태계는 사회적 관점 덕분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다니던 회사를 급작스럽게 퇴사하거나 기존에 수행하던 사업을 접어야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이와 유사한 상황이면 단연 대두될 단어 중 하나가 '창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구직희망자 내지 퇴직자들에게 창업이 그리 관심어린 대안이 아닌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체감적으로 창업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창업을 적극 지원해 왔으며, 보다 쾌적한 창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이 부족했던 것일까?

핀란드 전경.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핀란드 전경.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대한 대답을 핀란드에서 찾고 싶다. 핀란드는 노키아라는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이 어려워진 적이 있다. 핀란드 수출의 20%, 핀란드 법인세의 23% 가까이를 차지하던 노키아가 어려워지자 수많은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다. 당시 핀란드는 이러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창업에 주목했다. 하지만 창업 활동을 개인적 차원의 경제활동으로 치부하지 않고, 이들 창업자들이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국가, 지자체,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사회구조를 제시했다.

창업을 위한 거점 공간으로 가장 먼저 주목한 곳은 대학이다. 핀란드는 헬싱키에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알토대학을 창업육성 거점 공간으로 만들었다. 알토대학 안에 기술, 디자인, 경영 등의 노하우를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실제 대학은 디지털 콘텐츠 생산과 배급, 플랫폼 개발, 캐릭터 산업을 위한 지식과 기술을 내포하고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핀란드는 예비 창업자가 아무리 세계적인 기업인 노키아에 재직했던 비즈니스맨이라 하더라도 창업을 위해 다양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대학 내 스타트업 사우나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 관계자 뿐만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점검해 주는 과정이다. 이러한 스타트업 사우나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고 나면 '슬러시 콘퍼런스'라는 투자회의를 통해 곧바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슬러시 콘퍼런스는 매년 11월에 열리는 유럽에서 가장 큰 IT 투자회의다.

스타트업 라이프 인턴십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추천한 젊은이들을 전 세계 스타트업 업체에 보내 훈련을 받고 돌아오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청년들은 혁신성은 높지만 사회 경험이 부족하여 혁신적인 내용을 사업화하는 역량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청년 창업가들의 경우 세계적인 기업들의 인턴십 경험을 통해 비즈니스 현장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당시 핀란드가 이처럼 창업자들을 대학과 정부, 지자체와 함께 양성해서 얻은 대표적 성과가 앵그리버드다. 앵그리버드를 창업한 회사 역시 여타 스타트업들이 군집되어 있는 정부 지원 공간에서 창업해 세계적인 게임을 만들어 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핀란드의 대학과 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적지 않은 기여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앵그리버드
<앵그리버드>

어쩌면 우리 사회도 코로나19로 머지않아 비자발적 창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날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여전히 우리 사회는 창업활동을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으로만 치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