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해외 저작권범죄 단속을 위해 인터폴과 협력해야

[전문가 기고]해외 저작권범죄 단속을 위해 인터폴과 협력해야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산업 수출액이 2018년을 기점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전체 산업수출액이 전년보다 5.4% 증가한 데 비해 콘텐츠산업은 무려 9.1% 증가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고,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서 1위에 오르며, 국내 기업이 만화 강국인 일본 웹툰 시장 70%를 장악했다는 뉴스를 보면 콘텐츠산업의 장래는 밝은 듯하다. 무엇보다 식품, 화장품 등 소비재뿐만 아니라 의료, 관광 등 다른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어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욱 고무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9년에 발표한 'K-콘텐츠 미국 시장 소비자 동향조사'에 따르면 한류 콘텐츠를 계기로 한국산 상품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다는 응답자가 77%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해외에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침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영화·웹툰·드라마와 같은 한류 콘텐츠를 불법으로 유포하는 사이트가 수십개를 넘어서고 있다. 온라인게임 사설 서버도 단속 사각지대에 있다. 불법 웹툰을 서비스했던 '밤토끼' 사이트는 한 달 평균 3500만명이 접속해서 방문자 수 기준으로 국내 웹사이트 13위에 오르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저작권료 피해만 2400억원대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명 'TV패드'를 이용해 우리나라의 지상파와 케이블 등 콘텐츠를 불법으로 시청해 기업 수출길을 가로막기도 한다. 2015년 이후 온라인에서 저작권 침해가 오프라인의 8배를 넘어서면서 콘텐츠 산업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그간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해외에 개설된 불법 저작물 사이트에 대한 특별 단속을 해서 모두 43개 사이트를 폐쇄했다고 한다. 불법 저작물 사이트를 개설한 운영자를 인터폴에 적색수배까지 했다. 과거에 비하면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문제는 저작권 범죄가 줄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범죄자들은 서버 구축뿐만 아니라 SNS, 도메인 등록, 결제 모두 해외 서비스를 이용한다. 경유지(Proxy) 서버나 가상사설네트워크(VPN)를 사용하고 암호화폐로 자금세탁을 하고 있어 추적이 어렵다. 무엇보다도 국제공조수사를 함께 해야 하는 아시아 국가 협력을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경찰청에서 2000년부터 국제사이버범죄심포지엄을 개최하고, 2005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매년 개발도상국에 대한 초청 연수를 진행해서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왔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선진국에서는 저작권 범죄와 같은 국제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폴과 협력해왔다. 인터폴은 각국 경찰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어 국제공조를 위한 협력을 끌어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특허청과 영국 환경부는 불법 제품이나 위조품 밀거래를 단속하기 위해 인터폴에 펀딩을 했다. 최근 경찰청도 보이스피싱·아동성착취물 수사를 위해 올해에만 15억원을 펀딩했다. 펀딩 분야에 대해서는 각 회원국이 공조하게 되며 펀딩을 한 국가는 국제공조 대상과 추진 방식을 결정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해외 저작권 범죄를 척결하기 위해서 인터폴과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 한국 정부가 국제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에 저작권 범죄 단속을 위한 펀딩을 제공하고, 인터폴에서 참여국을 모집해 국제공조수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인터폴 이름으로 아시아 국가 참여를 이끌어 단속 활동을 할 수 있고, 참여국은 국제공조를 통해 다양한 수사기법을 학습하고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확충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폴 펀딩은 국제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인 신남방정책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 콘텐츠 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효자'가 될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예산 지원을 촉구한다.

김기범 성균관대 일반대학원 과학수사학과 교수 freekgb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