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모호한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눈치보기'...위헌 판결 이후 혼란 가중

'K-의료'와 'K-신가전'으로 대표되는 국내 혁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불필요한 관행을 없애고 유연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혁신 제품을 처음 공개하고 공식 출시하기까지 과정이 지체되면 국내외에서 '카피캣'이 양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융합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전시회나 행사에서 먼저 제품을 공개하고 모든 인증을 마친 후 국내 시장에 출시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수록 제품 경쟁력은 떨어진다”면서 “그 사이 수많은 경쟁업체가 뛰어들고 다른 나라에 먼저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사전 심의 과정에서 제품 핵심 기능을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표현과 내용이 수정되다보니, 제품 경쟁력을 제대로 알리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의료기기 사전 광고 심의는 과도한 '눈치 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체들은 규제기관 눈치를 보고, 유통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소비자보호원 등 관계기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다.

안마의자 업체 한 관계자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선 규제 기관에 절대 밉보여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업계에 팽배하다”면서 “결코 먼저 나서서 광고 사전 심의위헌 관련 문제제기를 하거나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향후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가 자율 심의 형태로 부활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조응천 의원 등은 지난 9월 25일 의료기기 광고를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된 자율심의기구가 사전심의하는 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미 지난 2018년 의료광고 사전심의 위헌 판결 이후 법 개정으로 의사회 등 자율심의기구에서 의료광고 심의를 하도록 법률이 개정된 전례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식약처 관계자는 “광고 사전심의를 자율심의기구에서 받도록 하는 내용으로 의료기기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면서 “소비자 안전과 함께 의료기기 광고심의와 관련한 업계의 불편을 최소화 하도록 신속히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