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렌터카·카셰어링 성장에 중고차 시장 격변

[이슈분석] 렌터카·카셰어링 성장에 중고차 시장 격변

영세업자 위주였던 중고차 시장이 재편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고차 시장 2위 사업자 오토플러스는 3위 AJ셀카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국내 완성차 업체 현대자동차는 중고차 시장 진출 의지를 공식화하고 중소기업벤처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고차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장기렌터카와 카셰어링 서비스 등의 성장이 중고차 산업의 장밋빛 전망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고차 시장, 연평균 24.9% 고성장

중고차 시장은 기업들이 사업 진출 및 확대를 고려할 만큼 매력적 시장으로 성장해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중고차 시장 규모는 12조4217억원에 달한다. 같은해 신차 시장 규모(43조2107억원)가 이보다 3.4배 크지만 중고차 시장 성장 속도가 더 가파르다. 2016~2018년 연평균 성장률은 신차 시장이 4.5%에 불과한 반면 중고차 시장은 24.9%에 달한다.

중고차 거래량은 2019년 기준 371만4000건이다. 2016년 378만건을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370만건 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 신차 판매량 178만대의 2배 이상이다. 중고차의 경우 업체간 거래가 있고 신차 대비 가격이 낮지만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업체는 케이카(K car), 오토플러스, AJ셀카 정도다. 이들 기업의 2018년 감사보고서 매출을 기준으로 산출한 점유율은 케이카 6.0%, 오토플러스 1.4%, AJ셀카 0.5%다.

오토플러스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추진하는 AJ셀카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수치상 케이카 점유율을 넘어서지 못한다.

다만 AJ셀카가 기업간 거래(B2B) 전용 오프라인 자동차 경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가 기대된다. 매입한 차량을 대량으로 넘기는 도매 판매에 유리한 시설이다. 현재 오토플러스는 온라인 경매장만 갖고 있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이들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신차 판매량뿐 아니라 중고차 거래에서도 현대·기아차 거래건수가 대부분인 게 주요했다. 중고차 시장에서의 차량 품질 관리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과도한 중고차 시세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최대 카셰어링 사업자인 쏘카도 10월 중고차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쏘카는 롯데렌탈, SK렌터카, 현대차그룹과 달리 중고차 시장 진출 규제를 받지 않아 가능했다. 자사가 보유한 차량이 많아지면서 효율적 매각을 도모한 것이다.

◇렌터카 고성장, 중고차 시장 견인

중고차 시장은 장기렌터카, 카셰어링, 차량 구독 서비스 등의 성장으로 인해 규모를 키워갈 전망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에 사용되는 차량은 운행연한이 있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중고차로 매각해야 되기 때문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차량별 사용연한은 경형·소형·중형은 5년, 대형은 8년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장기 자동차 임대업을 거친 차량은 일반적으로 4~6년에 매각한다”며 “사용연한도 있지만 오래된 차는 고객 선호도가 낮을 뿐 아니라 매각가도 큰 폭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렌터카 시장은 2016년 63만8050대에서 2020년 103만2803대로 4년 만에 61.9% 성장했다. 법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장기렌터카의 개인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하·허·호 번호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어들고 차량 관리의 편의성으로 장기렌터카 시장이 꾸준히 성장세다.

차량을 소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옅어지면서 카셰어링, 차량 구독 서비스도 인기다. 국내 최대 카셰어링 사업자인 쏘카가 운영하는 차량대수는 9월 기준 1만4320대에 달한다. 쏘카는 차량이 늘자 중고차 브랜드 '캐스팅'을 내놓고 중고차 시장에도 진출했다.

국내에서 신차 판매량이 압도적인 현대차그룹도 구독 서비스를 내놓고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 셀렉션', 기아차는 '기아 플렉스', 제네시스는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아직 1000대 미만이지만 지속적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업계 전반 영세...소비자 불신 해소 급선무

기존 중고차 시장을 구성하는 건 대다수가 영세업자였다. 대기업이 진출을 희망하면서 최대 과제로 떠오른 건 대기업과 영세업자 간 상생이다. 중소기업벤처부가 현대차 시장 진출 승인 결정을 미루는 것도 같은 이유다.

2018년 기준 중고차 업체는 6361개에 달하지만 매출액이 300억 이상인 업체는 17개에 불과하다. 2016년 9개에서 갑절로 늘었지만 아직 소수다. 매출액 구간별로 살펴보면 10억~50억원 업체가 2519개로 가장 많았고 1억~5억원 업체는 1141개, 5억~10억원 업체는 1136개로 나타났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도 해소해야 한다. 영세업자뿐 아니라 수입차 인증중고차에서도 성능점검기록부랑 실제 수리내역이 달랐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의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이 무조건 양질의 품질 문제 담보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자동차전산정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고차 성능점검기록부를 정확히 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능점검 업체에 제공되는 시스템이다. 2019년 판매된 중고차 대비 전산정보가 조회된 차량은 26%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고차 시장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고 한국도 따라갈 것”이라며 “이해관계자 간 상생뿐 아니라 중고차 가격과 안전을 위해 재활용 부품 등에 대한 산업 육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