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에 어울리는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 캐릭터 '무민'을 아시나요?

하얗고 퉁퉁한 몸매에 넙데데한 얼굴, 얼굴만큼이나 커다랗고 둥그런 코 아래로 보이는 자그마한 입. 마치 흰색 하마를 의인화 시켜놓은 듯한 캐릭터인 '무민'의 실체가 북유럽의 도깨비인 '트롤'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민'은 정말 다양한 상품들의 모델로 기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학용품이나 머그컵, 쟁반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용품들뿐만 아니라 캐릭터 이미지가 항공기의 도장으로 쓰였을 정도이다. '무민' 캐릭터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였다. 80년대 후반 '뽀뽀뽀'라는 어린이 TV프로그램에서 인형극으로 차용된 적도 있고 도넛 회사의 한정판 콜라보 제품은 출시되기가 무섭게 매진되기도 했다.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국내 걸그룹 멤버가 '무민'을 닮았다며 팬들이 애칭을 지어주기도 했고 '무민' 캐릭터를 모티브로 하는 카페가 서울 신사동에 생기기도 했었다. 단순히 그림 캐릭터라고 하기에는 어마어마한 인기와 영향력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무민'을 탄생시킨 것은 핀란드 태생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동화 작가인 '토베 마리카 얀손(Tove Marika Jansson)'이다. 유명 조각가인 아버지와 핀란드 우표와 지폐를 도안한 어머니 사이에서 맏이로 태어난 그녀는 10대 초반부터 그림책을 만들고 매체에 일러스트레이션을 기고하는 미술 영재였다.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그러한 토베 얀손은 상상 속 존재인 '무민 트롤'을 자신의 그림에 캐릭터로 등장시켰다. 처음 그려진 '무민'은 지금과 같은 생김새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어른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어린이들을 혼내주기 위해 나타나는 괴물과 같은 존재였기에 최초의 무민은 뾰족하고 긴 코와 붉은 눈, 검은색의 빛깔을 하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동화 이야기를 집필하고자 했던 토베 얀손은 전쟁이 끝나고서야 '무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지금의 우리가 알고 있는 하얗고 사랑스러운 '무민'이 토베의 동화를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 '무민' 탄생 75주년 기념 특별전

캐릭터 '무민'이 탄생한지 75주년을 맞는 올해,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으로 유명한 전시회사 '미디어앤아트'는 그것을 기념하는 특별 원화전을 개최했다. 바로 오늘 11월 13일부터 관람객들을 맞이하게 되는 이번 전시는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성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그라운드시소 성수'의 개관작으로 선정된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이하 무민 특별전)'은 작년부터 관련 작품들을 모으고 올해 초 전시될 예정에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개관 일정이 계속 미루어져 많은 전시 애호가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오매불망 고대하던 무민 특별전이 개최된다는 반가운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가 전시장을 둘러보았고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전시는 그간의 기대가 헛되지 않았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사실 캐릭터 '무민'을 주제로 한 전시가 처음은 아니다. 2017년에는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원화전이 서울에서 열렸고 이듬해에는 창원에서도 캐릭터 '무민'의 원화전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전시가 '무민'이라는 캐릭터의 대표 작품들을 선보이는 것들이었다면 무민 탄생 75주년의 무민 특별전은 캐릭터 '무민'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종합 전시라 할 수 있겠다.

전시의 인트로 영역부터 강렬했다. 무민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무민 골짜기 속 공간이 커다란 사이즈로 재현되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이어지는 공간 역시 대형 사이즈로 만들어진 그림책 형상들이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배치되었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무민 그림책 속 주인공인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책 속 등장인물이 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도 있어 인터랙티브함을 더했다.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이후에는 토베 얀손이 집필한 무민 소설 여덟 가지를 각각의 섹션으로 나누어 입체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각 소설 마다의 스토리와 삽입된 그림들을 감각적으로 전시해 '무민'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직관적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시장의 동선에 따라 섹션을 이동하면서 차례로 관람하게 되는 무민 소설들을 통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캐릭터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미지를 통해서 막연히 매력을 느꼈던 '무민'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원작자인 토베 얀손의 작업실 사진이 프린트된 작가의 공간을 지나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면 전시 타이틀에 걸맞은 '무민 원화'들이 모여있는 아틀리에가 나타난다. 재미있는 것은 해당 섹션의 입구와 출구가 다른 곳에 비해 1/2 사이즈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귀중한 것을 고이 간직하는 창고인 '수장고'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아쉽게도 해당 공간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대신 1950년대 최초로 만들어진 무민 아트 상품을 직접 볼 수 있고 영국의 신문사에 연재된 무민 만화의 스케치 본과 출간본을 직접 대조해보는 체험이 가능하다.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3D 애니메이션 '무민밸리'의 영상물을 관람할 수 있는 섹션에는 무민 캐릭터를 홀로그램으로 구현해놓기도 해 최신 미디어 콘텐츠로서의 가능성 또한 어필한다. 마지막은 공간 전체가 컬러풀한 컷툰으로 채워져 코믹북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중앙에 마련된 무민과 75주년 기념 대형 오브제를 배경으로 SNS 업로드용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 한 쪽 벽면 전체에 한글로 쓰인 무민 만화의 대사들을 읽어보는 것도 이채로워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 성장형 캐릭터 '무민'을 통해 얻게 되는 위안

'무민 특별전'은 단순히 캐릭터나 대표작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무민'이라는 대상에 대한 연대기적 발자취와 세계관 등을 모두 섭렵할 수 있도록 하는 놀라운 전시였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져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미국의 캐릭터 '스누피'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핀란드의 대표로 각광받는 '무민'에 대한 여러 가지 것들을 알 수 있게 하는 전시이다.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무민의 이야기 속 캐릭터들이 실제 토베 얀손의 주변 인물 들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전시를 본다면 더욱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토베 얀손이라는 인물의 삶 자체가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발현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은 흥미만을 유발하는 형태가 아니며 일상생활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작가적 상상력과 풍자, 해학 등을 곁들여 시각화되었고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난 현대에도 트렌디한 작품으로 해석이 가능할 터다.

전시장의 중심부에 위치한 무민 소설 시리즈 중 하나인 '무민의 겨울' 섹션이 이번 전시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이경섭 작곡가와 걸그룹 카라 출신의 가수 니콜이 불러 화제가 되고 있는 'Life is'라는 주제곡도 인상적이지만 소설의 내용 자체가 가진 의미가 관람객의 마음을 동요시킨다.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핀란드의 도깨비인 트롤 무민은 겨울잠을 자는 설정으로 추운 날씨에는 활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설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우연히 잠에서 깨어 난생처음 겨울이라는 계절을 경험하게 되는 무민의 이야기가 담겼다.

전시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할애하고 있는 해당 섹션에 들어서면 전면을 에워싸는 을씨년스러운 겨울의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내 그 시련을 감내하고 이겨내는 무민과 함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우며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한다.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현 시국의 우리들 역시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장기간 노출되어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가 아닌가 싶다. 직접적인 비유로는 비약할 수 있으나 왠지 모를 동질감과 감정이입이 되는 상황이라는 점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민이 성장해나간 겨울 속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위안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계절도 곧 겨울을 맞이한다. 쌀쌀한 겨울 날씨와 '무민 특별전'은 무척 어울리는 조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방역에 유의하고 전시장의 수칙에 따른다면 따뜻한 실내에서 캐릭터 '무민'의 이야기를 만끽해 보는 것에 큰 무리가 없을 테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