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주파수재할당대가 산정과정 명백한 불법, 소송 불사"

3000억원 비용 절감 이끌어낸
영국 이통사 승소 사례 제시
"부담금관리 기본법-전파법 위반"
정부와 갈등 확산...제도 개선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동통신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파수 재할당 대가 결정 과정이 조세법률주의를 규정한 부담금관리 기본법과 전파법을 위반했다며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을 시사했다.

실제 이통사는 영국에서 규제기관의 과도한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이 법원에서 무효화된 사례를 확인, 관련 법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주파수 할당대가 산정방식을 둘러싼 정부와 이통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제도개선과 소통체계 확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 과정에서 법과 규정은 물론이고 기존 방식도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통사로서는 할당대가 산정에 대해 불복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통사는 영국 사례를 검토했다. 영국 보다폰·오투·쓰리·EE 등 이통사는 방송통신규제기구 오프콤(OFCOM)이 2015년과 2017년 부과한 900㎒, 1.8㎓ 대역 주파수 재할당 대가가 과다상계됐다고 소송을 제기, 2011년 수준으로 주파수 할당 대가를 되돌렸다.

오프콤은 주파수 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재할당 3~4년 전부터 외부 컨설팅에 의뢰해 벤치마킹 기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재할당 대가를 산정했다. 하지만 경제 가치를 불합리하게 과다산정한 오류가 발견됐다. 영국 이통사는 약 2억2000만파운드(약 3000억원)를 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통사는 국내 법률에 비춰봐도 승소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특별 부담금으로 준조세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부담금관리 기본법에 근거해 법령에서 정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 부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담금 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특별 부담금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도록 부과돼야 한다. 부담금 부과를 규정한 법률에는 부담금 부과와 징수주체, 설치목적, 부과요건, 산정기준, 산정방법, 부과요율 등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통사는 과기정통부가 모호한 전파법 시행령 조항에 근거해 기존 사례에도 부합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통사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과거 경매대가를 100% 반영해 기준금액을 4조원가량으로 설정하고, 5G 투자계획을 고려해 경감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 결과, 5년간 최소 3조원 이상을 재할당 대가로 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법정산식(주파수 예상·실제매출 3%)에 과거경매가를 더해 평균값을 냈던 과거 방식과도 전혀 다르고, 법률상으로도 전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내에도 부당한 부담금 산정으로 정부가 패소한 다수 판례가 존재한다.

개발이익환수법의 경우에 개발부담금 산정을 위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았다. 양주시는 자원회수시설 설치비용을 반영하는 것을 전제로 소각시설 설치비용을 산정했지만, 자원회수 시설 반영이라는 문구가 조례에 없다는 이유로 서울고등법원에서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통사는 과기정통부가 전파법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전파법(16조)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장관은 주파수 할당 대가를 받고 재할당하는 등 새로운 조건을 부가하는 경우에 이용기간이 끝나기 1년 전에 미리 주파수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 하지만, 주파수 재할당 신청을 6개월 앞두고 갑자기 새로운 대가 산정 방식을 제시하는 것은 절차적 하자라는 입장이다.

이통사가 실제로 소송하면, 정부와 이통사간 역대 최대 소송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최악의 사태까지 가지 않기 위해 과기정통부와 이통사가 최대한 소통하는 것을 시작으로,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을 구체화하도록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주파수 재할당 대가 관련 법률

이통사 "주파수재할당대가 산정과정 명백한 불법, 소송 불사"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