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스마트공장에서 제조 DX로

[미래포럼]스마트공장에서 제조 DX로

코로나19로 세계가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가장 안전한 나라의 하나로 꼽힌다. 인권 침해의 반론도 있지만 정부 역할이 컸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된 자국우선주의,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가치사슬(GVC) 재편,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경제동반자포괄협정(RCEP) 체결 등과 함께 우리 제조업의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에서도 제조 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지원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차세대 신제조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제조 DX 논의 현황을 보면 국가 차원에서 초고속망 사업을 추진하고, 전자상거래와 정보화가 확대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후반의 우리 모습이 연상된다. 이후 2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민간 부문의 다양한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 역시 국제 상위 수준이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시점에 정부가 기반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결과이다.

당시 전자상거래 같은 유통 분야와 조직 내부 정보화 분야에서는 큰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제조 관련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기업 내부를 넘어 기업 간에도 공유하고자 하는 제조시스템 분야에서도 혁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실현할 수 없었다. 이후 201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대량 생산 중심의 제조업 환경을 고려, 전통의 자동화 기반 제조시스템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제조 DX에 대한 국제 논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등의 변화가 핵심이다. △개인 맞춤형 제품이 추가로 고려되면서 사물인터넷(IoT) 및 사이버물리시스템(CPS) 기반의 분권화된 지능형 자율 네트워크 제조시스템 △ IoT 기반의 새로운 지능형 네트워크 제품 △정보기술(IT) 및 운영기술(OT) 통합과 함께 제조시스템 분야뿐만 아니라 제품 이용 분야에서도 가치 창출 네트워크 전반을 고려한 생태계 간 경쟁 △제조시스템 및 제품 두 유형의 제조물 기반 고객 맞춤형 혁신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 등이다.

제조 DX 기반은 데이터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신제품, 신규 서비스,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추가 고려하고 있어 관련 업계를 고무시킨다. 아직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에서 미래 방향을 결정하는 DX 전략 기획 같은 문제 확인 및 정의를 위한 투자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대부분 빠른 추격자 전략을 구사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점점 승자독식이 일반화돼 가는 상황에서 퍼스트무버를 지향해야 하는 우리도 이제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확인하는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고, 실패를 무릅쓰고 다양한 실험을 해봐야 한다.

틀린 문제를 아무리 열심히 풀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결과물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량생산 공장의 자동화 확대를 통해 제조 생산성을 아무리 높여도 인건비 차이가 큰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에서는 의미가 없다. 또 다른 예로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관련 생산성을 크게 높여도 전기차가 시장을 장악하면 열심히 노력한 결과는 물거품이 된다. 코로나19에 떠밀린 디지털화에 그치지 말고 오히려 DX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팬데믹을 극복, 우리 제조업의 미래가 밝아지기를 응원한다. 힘내자 대한민국!

김은 한국스마트제조연구조합 이사장 eunkim5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