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삼국지]<3>뜨거운 보일러 전쟁...경동vs귀뚜라미 '으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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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삼국지]<3>뜨거운 보일러 전쟁...경동vs귀뚜라미 '으르렁'
[가전삼국지]<3>뜨거운 보일러 전쟁...경동vs귀뚜라미 '으르렁'
[가전삼국지]<3>뜨거운 보일러 전쟁...경동vs귀뚜라미 '으르렁'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는 국내 보일러 시장을 양분하며 강력한 라이벌 체제를 구축했다.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까지 '1등'에 집착한 두 회사는 최초의 '1조 클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양강체제가 굳혀지면서 3위 다툼도 흥미롭다.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린나이코리아, 38년 보일러 사업을 접는 롯데알미늄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시장 지형을 흔들고 있다.

보일러 시장의 영원한 맞수인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의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국내 실적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장사 경동나비엔은 주요 내용이 상당부분 발표되지만 비상장 귀뚜라미는 실적 파악이 쉽지 않다. 지난해 매출만 보면 경동나비엔 7743억원, 귀뚜라미 6184억원으로 경동나비엔이 다소 앞선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수출 물량이 포함된 데다 보일러를 제외한 다른 품목까지 포함돼 양사의 정확한 국내 보일러 시장 점유율을 알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 점유율 합계를 70% 내외로 보고 있다.

두 회사 라이벌 의식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른바 '국가대표' 논쟁이다. 경동나비엔이 광고 문구에 쓴 '국가대표'라는 표현을 문제 삼은 귀뚜라미가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면서 전쟁이 발발했다. 귀뚜라미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라는 표현도 지적했다. 공정위는 약 10년치 판매 자료를 뒤졌고 경동나비엔 손을 들어줬다. “2011년에 경동나비엔이 1위를 했다”는 말과 함께.

가정용 가스보일러 시장규모는 연간 120만~130만대 정도다.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는 서로 1등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보일러 업계는 경동나비엔이 다소 앞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동은 10년째 '국가대표'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는 '콘덴싱 보일러' 시장에서 정면충돌했다. '1등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전장이다. 4월 친환경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한 '대기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콘덴싱 보일러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일부 청정권역이나 기술 문제로 설치가 곤란한 건물을 빼고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해야 한다. 콘덴싱 보일러 매출 비중은 지난해 50% 내외였으나, 올해는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 1조원' 등극을 놓고 다투는 두 회사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이다. 콘덴싱 보일러 판매가 늘면 매출도 동반 상승한다. 일반 보일러보다 20만원가량 비싸다.

두 회사는 보일러를 넘어 '매트' 시장에서도 격돌했다. 경동나비엔이 온수매트를 내놓자 귀뚜라미가 '온수매트의 단점을 모두 해결했다'면서 '카본매트'로 맞불을 놨다. 경동나비엔은 '프리미엄 숙면가전'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밀한 온도제어 기술을 강조했다. 귀뚜라미는 카본매트를 내놓으면서 '누수, 세균, 물보충, 소음문제'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가수 임영웅(경동나비엔)과 배우 지진희(귀뚜라미)의 TV 광고 대리전도 흥미를 더한다. 두 회사 매트 대전 결과는 이 추위가 누그러들 때쯤 나올 예정이다.

생각지 못한 돌발변수가 등장한 3위 싸움도 흥미롭다. 수년 간 보일러 시장 3위는 린나이코리아였으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린나이를 한국 기업으로 알던 소비자들도 불매운동을 계기로 인지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이 10.4%나 줄어든 2914억원을 기록했다. 159억원 손실을 보고 적자전환했다. 경동나비엔 6.5%, 귀뚜라미 10.7% 매출이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이 회사는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인 가스레인지도 1위 자리를 SK매직에 내주며 고전하고 있다.

3위가 흔들리고 있지만, 나머지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2강이 확실하게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건설경기까지 위축되면서 나머지 업체는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대성쎌틱에너시스는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이 무너지며 946억원을 기록했고, 알토엔대우는 127억원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급기야 롯데알미늄(기공사업부문)은 38년을 이어온 보일러 사업을 접기로 했다. 올해 12월 31일까지만 제품을 판매하고 내년부터 신규 판매를 중단한다. 롯데알미늄은 대리점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롯데라는 큰 그룹에서 연매출 천억 원짜리 사업을 지속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그룹 수뇌부가 교체되면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