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친구가 되어 보아요!"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 이탈리아의 도시 볼로냐. '볼로냐 어린이 도서박람회'를 아시나요?

이탈리아 중북부 에미리아 로마냐 지방의 수도인 '볼로냐'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로 알려진 볼로냐 대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1088년에 설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볼로냐 대학교는 단테(Dante)와 보카치오(Boccaccio), 페트라르크(Petrarch) 등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문인과 학자들이 공부한 곳으로 유명하다.

현대에는 존스홉킨스, 디킨슨 칼리지, 인디애나, 브라운, 캘리포니아 등 명문으로 알려진 대학들의 캠퍼스가 들어서 있어 세계의 젊은 인재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하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높은 지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무대이며 학구열 또한 전 세계 어디와도 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고 할 수 있다.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그러한 도시 볼로냐에서는 1964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 도서박람회인 '볼로냐 어린이 도서박람회'가 개최되어 왔다. 올해로 57회를 맞이하는 '볼로냐 어린이 도서박람회'는 출품작 중 우수한 책들을 대상으로 볼로냐 라가치상(Bologna Ragazzi Award)을 수여하기도 한다.

볼로냐 라가치상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연령과 상관없이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그림책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삽화로 쓰이는 일러스트 작품들은 미술의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지난 50여 년간 '볼로냐 어린이 도서박람회'에서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들의 일러스트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로 강동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이 그것이다.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 강동문화재단의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지난 11월 19일부터 시작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은 고덕역 근처에 위치한 강동아트센터 아트랑에서 전시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동시 운영될 예정이며 강동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TV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 2017년 라가치상을 수상한 호주의 대표 일러스트레이터 '마리 쿠테(Maree Coote)'의 신비한 알파벳 동물원(Alphabet City Zoo)전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 관람하는 어린아이들로 하여금 영어와의 친밀감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현지에서 개최되었던 '볼로냐 일러스트 50주년 기념 특별전'에 출품되었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50명의 일러스트 작품들을 이탈리아의 '볼로냐 어린이 도서박람회' 사무국과 협업하여 우리나라에서 전시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교육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세계 거장들의 작품들을 통해 드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시의 취지도 마음에 들었다. '그림책'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채로운 공간 구성이 눈에 띄기도 했다.

건물 세 개층을 모두 사용해 아기자기하면서도 매우 큰 규모를 자랑하는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의 백미는 체험형 섹션에 있지 않은가 한다. AR 증강현실 그림책을 통해 책 속 이미지가 3차원의 형태로 구현되어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레드와 그린, 블루의 세 가지 마법 렌즈를 통해 그림책 속 여러 동물들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전시장 곳곳에 마련된 알파벳 자석을 이용하여 전시되어 있는 작품 속 동물들의 이름을 만들어 볼 수도 있고 대형 전시물로 탈바꿈한 그림들의 실제 그림책도 준비되어 있어 그 자리에서 관련된 책을 열람할 수 있게 해두었다.

'예술이 된 그림책'이라는 타이틀의 체험 키트를 이용해 관람 후 활동을 할 수도 있으며, '미술관이야기' 라는 아트 스튜디오를 운영하여 전시와 연계된 아트클래스를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성장시키는 공식 교육 프로그램도 체험이 가능하다. 단순한 전시 관람이 아닌 미술교육의 관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 행사라고 본다.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체험 스튜디오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체험 스튜디오 / 사진 : 정지원 기자

◇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이 반가운 이유

많은 전시들을 관람하면서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하나 있는데 해당 전시의 관람 대상에 대한 부분이다. '전시'라는 문화의 영역이 이전보다 훨씬 대중적인 장르가 되었기에 그러하다.

무겁고 어려운 미술의 영역이 아닌 트렌디한 문화를 소비하고자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가 흥행하고 있는 요즘은 왕성하게 개인 SNS를 운영하는 20대 초반의 청년 층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지 않은가 한다.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적으로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를 하기는 했지만 정작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전시가 태반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강동문화재단에서 진행 중인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은 무척 반가운 전시이다. 그림책 속 일러스트들이 큼지막하게 전시 공간들을 채우고 있어 마치 내가 그림책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키가 작은 어린이들에게는 실물 사이즈나 그보다 더 커다랗게 표현된 그림책 속 친구들이 더욱 신기하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시장을 찾은 많은 어린아이들이 배치된 조형물들을 보며 감탄하고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며 부모들을 조르는 모습을 보였다.

알록달록한 색감들의 향연에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기도 하고 먼저 그림책을 집어 들고 전시장 벽면과 책 속 이미지를 비교해 보기도 하는 등 자발적인 관람을 하는 어린아이들이 그저 기특할 따름이었다.

올겨울 책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연습을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을 통해 해볼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집 근처 놀이터에 나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어려운 요즘 시국에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전시를 관람하며 그림책과 친구가 되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